유엔 총장 "일부 국가 지뢰 다시 사용" 비판…미·우크라 겨냥
바이든 정권, 자체 정책 깨고 우크라에 대인지뢰 제공 결정
우크라, 오타와협약 가입국이지만 러 공격 저지 위해 美에 도움 요청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5일(현지시간), 대인 지뢰 관련 "새로운 위협"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한 지 얼마 안 돼 나온 발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미다 알리자바나 유엔 사무차장은 이날 캄보디아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보낸 연설문을 대독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지뢰 제거·파괴 작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인지뢰금지협약) 당사국 중 일부가 대인 지뢰를 다시 사용하고 있고, 일부는 이런 무기를 파괴하겠다는 약속에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오타와 협약'이라 불리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은 1997년 체결됐으며, 대인지뢰를 생산하거나 비축·사용·이전하는 것을 금한다.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164개국이 서명했다.
AFP는 유엔 측에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문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인지 물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팀 역시 미국의 지뢰 공급과 관련한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박격포탄·대전차 미사일 등을 포함해 대인지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대인 지뢰 지원 소식은 곧바로 인권 운동가들로부터 비판대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는 바이든 정권의 정책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오바마 정권의 정책을 부활시켜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으로 대인 지뢰를 이전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 데 지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제공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가 열린 캄보디아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30년 내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매설된 국가 중 하나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아직도 1600㎢의 오염토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1979년 이후 캄보디아에서는 지뢰와 불발탄으로 약 2만 명이 목숨을 일었으며 4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다쳤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5757명이 지뢰와 전쟁 잔해 때문에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또 지뢰 피해자의 84%는 민간인이며, 그중 35%는 어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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