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 차남 "나는 정치적 난민…고국에서 박해받아"
리셴양, 형인 리셴룽 전 총리와 갈등…야당 입당해 형과 대립각
싱가포르 정부 "정치 탄압 근거 없어…언제든지 돌아와도 된다"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의 차남인 리셴양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의장이 유엔 난민협약에 따른 정치적 난민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리셴양은 22일 페이스북에 "나는 2022년 (영국에) 망명보호 신청을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망명보호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리셴양은 "나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공격은 기록에 남아 있다"며 "그들은 내 아들을 처벌했고 내 아내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았으며 거짓 경찰 수사를 시작해 몇 년을 끌었다"고 적었다. 그의 아들인 리솅우는 지난 2020년 법정 모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리셴양은 "영국은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내가 충분히 근거가 있는 박해의 위험에 직면해 있어 싱가포르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리셴양은 또 자신이 지난 9일 사망한 누나 리웨이링과 함께 지난 2017년 형인 리셴룽 전 총리를 "형제로서, 리더로서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싱가포르 정부 기관의 권력 남용을 우려해 리웨이링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리셴양은 끝으로 "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망명 보호 신청을 했다. 나는 싱가포르 국민으로 남으며 언젠가 귀국하기 안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주재 영국 고등판무관실(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 사법부는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며 리셴양이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리셴양의 귀국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언제든지 싱가포르에 돌아와도 된다고 밝혔다.
리셴양의 아버지 리콴유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 동안 총리로 재임해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 전 총리는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재임했다.
리셴양은 형과 아버지의 사저 철거 문제를 두고 이견을 빚어왔다. 또 리셴룽이 자기 아들인 리홍이에게 총리직을 물려주려 한다고 비판했고 형이 이끌던 인민행동당을 탈당해 야당인 진보 싱가포르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리셴양은 아버지의 유언장과 관련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던 중 거짓말을 하고 허위 증거를 제시한 혐의로 아내인 리수엣펀 변호사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리셴양 부부는 2022년 6월 영국으로 떠났고 싱가포르로 돌아오지 않았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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