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의 영국왕 방문에도 호주 시큰둥…"오아시스 오는 것과 같아"

호주 국민들, 영국왕 방문에 큰 관심 없어
다른 국가 출신들 유입…전쟁·물가 등 다른 골칫거리 많아

찰스 3세 국왕은 31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성의 세인트조지 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 2024.03.3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 왕이 곧 호주 왕'인 영연방 왕국임에도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자국 방문에 호주인들이 거의 관심이 없다고 AF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인종이 더 다양해지고 영국 중심적이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는 오는 18일부터 6일간 국가 원수 자격으로 처음 호주를 방문한다. 호주는 영국 왕이 국가원수로 남아있는 14개 영연방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시드니 항구 주변에는 깃발도 걸리지 않았고, 도시 거리에는 포스터도 없었다. 73세의 한 시드니 주민은 "그들이 온다는 사실조차 잊었다"고 말했다. 영국 국왕이 호주를 찾는 것은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72세의 한 여성은 "그들이 오는 게 흥분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다만) 여기서 그들은 큰 영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영화배우를 좋아하듯이 그냥 좋아한다"라고 말하며 왕실을 영국 록 밴드인 '오아시스'의 사이 나쁜 형제 리엄과 노엘 갤러거에 비유했다. "'그들이 다시 싸울까? 끔찍한 음악 소리를 낼까?'라고 관심 갖듯 왕과 여왕이 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대학교 역사학자 신디 맥크리는 전쟁, 기후 변화, 생활비에 대한 우려 속에서 왕실 방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에 걸친 인구 통계적 추세도 왕실에 무관심한 것의 바탕이라고 했다.

202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약 36%가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밝혔다. 1986년 인구 조사에서 이 대답은 46%였다. 오늘날 호주인의 약 3분의 1은 해외에서 태어난 반면, 호주로는 꾸준히 이탈리아인, 그리스인, 레바논인, 인도인 또는 중국인이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군주에 관심 없다고 해서 호주가 긴 논쟁이었던 '공화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약 3분의 1은 군주제를 폐기하고 싶어 하고, 3분의 1은 유지하고 싶어 하며, 3분의 1은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공화제로 전환하자는 논쟁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진행은 흐지부지한 이유다. 1999년에 공화제 전환 이행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했지만 반대가 많아 부결됐다.

2022년 당선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공화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이어서 취임하자마자 공화국 부장관을 만들었지만 올해 초 이 직책을 조용히 폐기했다. 지난해 '원주민을 최초의 호주인으로 인정하자'는 국민 투표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