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형제의 난' 재연되나…리콴유 차남 "아버지 사저 철거"

리셴양 "철거가 아버지 유지" vs 리셴룽 "유언 조작됐을 수도"
2018년 결론은 "보존·일부 철거·완전 철거…최종 결정은 정부가"

지난 2017년 6월 14일 찍힌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자택. 2017.06.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싱가포르의 '국부'라고도 불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의 차남인 리셴양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의장이 자신의 누나인 리웨이링이 사망한 지 6일 만에 아버지의 뜻에 따라 리 전 총리의 사저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셴양은 15일 페이스북에 "나는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옥슬리가 38번지에 있는 사저 철거를 신청하고 그 자리에 작은 개인 주택을 지어 영구히 가족 소유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리셴양은 누나가 지난 9일 사망한 이후 자신이 아버지 유산의 유일한 생존 관리자이자 법적 소유자라며 "아버지는 리웨이링이 집에서 나온 이후 즉시 이 집이 철거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유언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행하는 것은 내 의무"라고 덧붙였다.

1898년 싱가포르 옥슬리가 38번지에 지어지고 1950년대부터 리콴유 일가가 살기 시작한 이 사저는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의 창당 논의가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인민행동당은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지금까지 장기 집권해 오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는 지난 2011년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사저가 일반에 공개되면 "엉망이 될 것"이라며 사저가 철거되어 인근 지역의 땅값이 상승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 전 싱가포르 총리는 아버지의 유언이 리셴양의 부인 리수엣펀 변호사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맞섰다. 지난 2015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는 사저에 대한 처분은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며 사저를 역사적 상징물로서 남기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8년 싱가포르 정부는 장관급 위원회를 설치해 사저의 처분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논의 끝에 사저를 국가 기념물로 지정하거나 보존을 위해 유지하는 방안, 역사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지하 식당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거하는 방안, 그리고 사저를 모두 철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은 미래 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을 냈고, 리셴룽 총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한편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총리를 지낸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며 개발 독재의 상징적 인물로도 여겨진다. 그는 퇴임 이후로도 선임장관, 고문장관을 지내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재임한 리셴룽 전 총리는 총리 재임 기간에 동생들로부터 아버지의 우상화를 위해 사저 철거를 미루고 있고 자신의 아들인 리홍이에게 총리직을 물려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셴양은 형이 이끌던 인민행동당을 탈당하고 야당인 진보 싱가포르당에 입당해 형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또 2020년 아버지의 유언장과 관련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중 거짓 진술을 하고 허위 증거를 제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