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선서 좌파 야당 당수 1위…과반 확보는 실패해 '2차 개표'

디사나야케 39.5% 1위…위크레메싱게 대통령 탈락
국가부도 후 첫 대선…'마르크스주의' 대통령 나올까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좌파 야당 후보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총재가 투표를 마치고 잉크가 표시된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디사나야케 후보는 이날 득표율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2024.09.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조소영 기자 = 스리랑카에서 2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1위와 2위 후보 중 승자를 가리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2차 개표'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선관위는 개표 결과 아누라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총재가 39.5%의 득표율로 1위에 등극했다.

2위는 34%를 획득한 중도 성향의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의 사지트 프레마다사 총재가 차지했으며, 재선을 노렸던 무소속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17%로 3위에 그쳤다.

선관위는 선거 규정에 따라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등 3위 이하 후보를 모두 탈락시키고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개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유권자가 선호 후보 3명의 순위를 매겨 기표할 수 있는데, 2차 개표에는 2위나 3위로 적은 후보 중 득표율 1, 2위 후보가 있으면 이를 합산한다.

이를 통해 득표율이 50%를 넘기면 해당 후보가 당선된다.

이번 선거는 국가부도 사태 2년여 만에 스리랑카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으로,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5년간 스리랑카를 이끈다.

앞서 30명이 넘는 후보들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핵심 경쟁은 디사나야케 총재와 프레마다사 총재,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간의 '3파전'으로 진행돼 왔다.

국가부도 상황인 만큼 각 후보는 '경제난'에 집중하며 유세를 벌였다.

코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후 축출된 뒤 해외로 도피했고,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후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지원을 받아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하며 긴축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 경제는 회복세를 보여왔고 올해는 경제성장률 3% 달성이 전망됐다.

하지만 높은 생계비와 세금으로 허덕인 많은 국민은 이를 반기지 않았고 디사나야케 총재와 프레마다사 총재는 이를 겨냥해 IMF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았다.

특히 디사나야케 총재는 강력한 부패 척결과 빈곤층 친화적인 정책을 내걸며 스스로를 스리랑카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성향 대통령이 되겠다고 주장해 큰 인기를 얻었다.

프레마다사 총재는 세제 개편과 생활비 절감을 공약으로 내걸며 스리랑카 북부와 중부의 농촌사회 중심으로 지지를 확보해 디사나야케와의 격차를 좁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