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김도영, 빨리 미국 가라[시나쿨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기아 타이거즈의 3루수이자 3번 타자 김도영 선수(이하 호칭 생략)가 결국 최연소, 최소 경기 '30-30클럽'(홈런 30-도루 30)에 가입했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은 더 이상 기쁠 수 없지만, 김도영 때문에 패한 팀의 팬에게 그는 이미 ‘공공의 적’일 것이다. 아마도 빨리 미국에나 가라고 아우성칠 터이다.
그는 15일 키움 전에서 투런 홈런을 침으로써 호타준족의 상징인 30-30클럽의 최연소 회원이 됐다.
그는 프로 입단 직후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종범은 기아는 물론 KBO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특히 그의 도루 능력은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는 코리안시리즈에 나가면 연속 도루를 연거푸 성공시켜 상대 배터리를 ‘멘붕’에 빠지게 해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타이거즈로 가져오는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였다.
그래서 나온 말이 김응용 감독이 했다는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종범이 최고라는 얘기다.
김응용 감독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음에도 이 말은 정설처럼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김도영이라는 고졸 선수가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KBO에 등장, 3년 만에 30-30을 달성했다.
일단 그는 이종범과 비교할 만하다. 수비는 아직 불안하지만, 타격과 주루는 이미 이종범급이다.
오히려 타격은 이종범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펀치력이 이종범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그의 홈런은 간당간당 담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관중석 중·상단을 직격한다. 방향도 고르다.
특히 키움과 일전에서 고척돔 천장을 맞추는 초대형 홈런은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당시 야수였던 이용규는 맞는 순간 얼음처럼 굳으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뭔 이런 홈런이 다 있냐!”는 표정이었다.
이종범은 배트 스피드로 홈런을 치는 타자였지 힘으로 담장을 넘기는 타자는 아니었다. 따라서 이종범은 나이가 들어 배트 스피드가 줄자 홈런도 줄었다.
그런데 김도영은 힘으로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타자다. 펀치력에서는 김도영이 이종범을 능가한다.
도루 능력은 이종범이 한 수 위다. 이종범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1994년으로, 타율 3할9푼3리, 도루 84개를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원년 멤버 백인천을 제외하고 순수 국내 선수가 타율 4할에 근접한 것은 지금도 이종범밖에 없다. 도루 84개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대기록이다.
당시 이순철이 후배인 이종범에게 "다칠 수 있다"며 "어차피 네가 깰 기록인데, 다음 해를 생각해 적당히 하라”고 충고해 84개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이종범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이순철 선배의 조언이 없었다면 100도루를 달성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김도영의 도루는 34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주루 능력은 이종범에 뒤지지 않는다.
LG전에서 최형우의 단타에 1루에서 홈까지 질주한 김도영의 주루 장면 또한 KBO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장면이다.
당시 김도영이 2루 도루를 위해 이미 1루에서 출발한 상태에서 최형우가 외야 좌중간에 떨어지는 단타를 쳤다. 김도영은 내쳐 달려 홈까지 파고들었다.
LG 외야수들은 홈에 송구도 못 했다. 이미 늦었다고 보고, 홈을 포기한 뒤 최형우의 2루 진출을 막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우리가 찾고 있는 선수가 바로 저런 선수”라며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김도영의 올해 목표가 풀타임 출장이기 때문에 부상 방치 차원에서 팀에서 도루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런 제한이 없다면 연간 50~60도루는 충분한 발을 가지고 있다. 주력은 이종범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남은 것이 수비다. 이종범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왔기 때문에 이미 완성형 수비수였다. 그는 유격수를 맡아 현란한 발놀림과 강한 어깨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다.
이에 비해 김도영은 30-30-30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홈런 30, 도루 30, 실책 30이다.
그러나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프로의 볼 스피드에 적응이 아직 덜 된 것 같다. 또 팀 사정상 3루수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억지 춘향격이다.
그는 풋워크가 좋고 어깨가 강하다. 당연히 센터라인에 적합한 자원이다. 유격수 아니면 최소 2루수라도 봐야 한다.
그런데 기아에는 수비로는 리그 정상급인 박찬호라는 유격수와 수위타자를 했던 2루수 김선빈이 있다.
아무리 김도영이 뛰어나다 해도 팀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이미 짜인 내야 수비 틀을 흔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3루수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는 3루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1루와 3루는 이른바 핫코너로, 발은 느리지만 볼 핸들링이 좋은 거포들이 주로 맡는다. 빠른 발에 순발력도 좋은 김도영의 자리가 아닌 것이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정공법을 택하자면 그를 유격수로 키우는 것이다. 원래 그는 유격수였다. 기아가 처음에 이 방법을 시도해 보니 수비도 공격도 모두 흔들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30-30을 달성할 정도로 이미 타격에 눈을 떴다. 그렇다면 수비만 안정시키면 된다.
이 경우, 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때, 몸값이 크게 뛸 수 있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는 “스윙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하지만, 홈런과 주루 능력 모두 김도영보다 못하다.
그런 그가 1억1300만달러(약 1537억원)의 역대 최대 계약을 맺었다.
김도영이 만약 유격수라면 계약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국가대표팀도 강력한 공격형 유격수를 확보할 수 있다.
기아 코칭스태프는 팀이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를 고려해 김도영의 수비위치를 정하는 담대한 구상을 해야 할 때다. 그가 이제는 기아만의 스타가 아니라 KBO 전체의 스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여의치않다면 아예 외야로 빼 타격에 전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센터를 맡으면 빠른 발과 강견으로 외야를 호령할 수 있을 터이다. 이종범도 체력이 떨어진 이후에는 유격수가 아니라 중견수를 봤었다.
그러나 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몸값이 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어쨌든 김도영이 수비를 더욱 갈고 닦은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 30-30을 넘어 40-40까지 달성했다는 외신을 쓸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김도영의 30-30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도니살"(도영아 니땜시 살아야~)
sino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