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끈질긴 시위로 총리 몰아냈다…참모총장 "임정 수립"(종합)

하시나 총리, 하야 원하는 시위대 압박에 인도로 도망
군 참모총장 와케르-우즈-자만 "임시정부 세우겠다"

5일(현지시간) 총리가 물러난 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와 환호하고 있다. 2024.08.05.ⓒ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로 진화하며 한 달 넘게 계속된 방글라데시 시위가 5일(현지시간) 총리의 도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과도 정부 수립 등 앞으로 혼란을 가라앉히고 새 정부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수도 다카를 떠나 은신처로 향했다. 총리와 가까운 소식통은 "총리와 그의 자매가 총리 관저인 가나바반을 떠나 더 안전한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총리가 자신의 연설을 녹음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총리가 군용 헬기를 타고 인도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지난달 16일부터 공무원 채용 할당제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곤봉과 칼로 저항하고 진압군은 시위대에 총을 쏘면서 누적 사망자는 300명이 넘어섰고, 지난 3일에만 경찰관 14명을 포함해 최소 94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통금과 무력 진압에 저항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이날 아침 다카에서는 장갑차를 탄 군인과 경찰이 하시나 총리의 사무실 가는 길을 철조망으로 막았지만, 엄청난 군중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를 허물었다. 현지 언론은 40만명의 시위대가 이날 시위에 나섰다고 했다.

그 후 총리가 관저를 버리고 도망한 것이 알려지자, 시위대는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는 탱크 위에서 춤을 추고 수백명은 문을 뜯고 들어가 관저를 장악했다.

방글라데시의 군 참모총장 와케르-우즈-자만은 기자회견을 열고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고국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큰 피해를 보았고,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폭력을 멈출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연설이 끝나면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시 정부가 방글라데시를 통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 구성을 위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시민들에게는 군을 믿으라고 말하면서 나라를 평화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망 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와케르는 40년 경력의 군 장교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두 차례 복무했고 총리실에서도 일했다. 그는 올해 초 육군 참모총장이라는 군 최고 직책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가 임시정부를 이끌게 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AFP는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