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에 통신 두절까지"…'39명 사망' 격화되는 방글라데시 시위(상보)

경찰 과잉 진압으로 시위대 39명 사망…경찰 포함 700여명 부상
방글라데시 높은 실업률도 시위 격화 요인

1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학생들이 정부의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전날 전국적인 휴교령을 내렸으나 이날 학생들은 시위로 사망한 학생들을 애도하며 희생자들이 담긴 관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편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방글라데시 당국에 "평화 시위를 향한 어떤 폭력도 규탄한다"고 밝혔다. 2024.07.17. ⓒ AFP=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공무원 할당제' 반대에서 시작된 방글라데시 시위가 경찰과 충돌로 인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시위대가 방송사 등의 건물에 불을 지르고 방글라데시 전역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도 두절됐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당국은 지난 18일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 모바일 서비스를 차단한 데 이어 19일엔 전국에서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는 대부분 연결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한 전화 통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 사진 기자는 "오늘 아침 일부 음성 통화만 가능했으며 모바일 데이터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었다"며 "심지어 SMS나 모바일 간 문자 메시지도 전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신문의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업데이트되지 않았으며 뉴스 텔레비전 채널과 국영방송사인 BTV 방송도 중단됐고 예능 채널만 정상적으로 송출됐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일부 뉴스 채널은 기술적으로 방송할 수 없으며 곧 방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면서 촉발된 시위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사용하고 희생자들이 발생하면서 시위는 점점 격화됐다. 시위대는 전날 수도 다카에서 경찰과 충돌한 뒤 물러나는 경찰들을 쫓아 BTV 본사로 향했고 BTV 건물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전날에만 방글라데시 64개의 지역 중 최소 26개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으며 지금까지 39명이 사망하고 7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엔 경찰(104명)과 기자(30명)도 포함됐다.

방글라데시 경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들이 수많은 경찰 및 정부 관청을 방화하고 파괴하는 등 파괴적인 활동을 일삼고 있다며 파괴 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을 최대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시의 경찰 대변인 파룩 호사인도 이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충돌로 약 100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고 약 50개의 경찰서가 불에 탔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난 16일 방글라데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슬람 신학교 등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린 데 이어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전날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까지 약속했으나 시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 학생들은 앞으로도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시위에 참가한 비디샤 림짐(18)은 "우리의 첫 번째 요구는 총리가 우리에게 사과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우리의 죽은 형제들을 위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은 이달 초 부활시킨 공무원 할당제는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참전유공자 후손들에게 공직의 30%를, 특수 지역 출신과 여성에게 각각 10%를 배분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한 혜택이 친정부 단체의 자녀들에게 몰릴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방글라데시 사회의 높은 실업률도 학생들의 반대 시위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선 1억 7000만 명 중 5분의 1이 일자리가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