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 바바' 보려 우르르, 116명 압사…43도 폭염에 종교 열기 겹쳐 印 대참사(종합2보)

"설교자 보기 위해 인파 몰려"…최악의 사고
설교자는 경찰 출신 인물…퇴직 후 종교지도자로 활동

3일(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에 있는 병원 영안실 밖에서 힌두교 행사 압사사고 희생자 시신을 보며 한 친척이 흐느껴 울고 있다. 인도 정부는 2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주도 러크나우에서 남서쪽으로 350km 떨어진 하트라스 지역의 종교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둘러 퇴장하다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사고로 최소 116명이 압사했다고 보고 있다. 2024.07.03/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인도 북부에서 발생한 최악의 압사 사고로 현재까지 1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설교자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가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인디아에 따르면 이날 사고 목격자들은 '볼레 바바'라고 불리는 설교자 나라얀 사카르 하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발생 지역인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 풀라이마을에는 힌두교 행사장이 마련됐다. 행사장에는 가로세로 약 100m에 달하는 거대 천막이 세워졌고, 구석에는 설교자를 위한 가로세로 20m 크기의 작은 천막이 설치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지텐드라 쿠마르는 행사가 끝나자 볼레 바바가 행사장을 빠져나왔고, 이때 그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밖으로 달려 나왔다고 증언했다. 쿠마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레 바바의 차를 향해 달려가 그의 발을 만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신도들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00루피(약 3300원)를 냈으며, 볼레 바바가 있는 작은 천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500루피(약 8300원)를 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설교자 볼레 바바는 매주 화요일 우타르프라데시 지역에서 행사를 벌여왔다. 58세의 볼레 바바는 약 10년 동안 이 지역에서 경찰로 근무한 인물로, 1990년대에 퇴직한 뒤 종교 지도자로 행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에 있는 병원 영안실 밖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희생자 친척. 인도 정부는 2일 하트라스 지역의 종교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예배장소에서 서둘러 퇴장하다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사고로 최소 116명이 압사했다고 보고 있다. 2024.07.03/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폭염을 피하기 위해 물을 마시려던 사람들이 몰리며 사고가 일어났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날 하트라스의 기온은 약 32도로, 습도는 77%에 달했다. 체감온도는 약 43도를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행사에는 약 5만 명의 신도들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당초 허용했던 인원을 초과했다며 수사에 나선 상태다.

차이트라 V 하트라스 지역 고위 공무원은 "행사장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고 적절한 허가를 받았다"면서도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 배급 장소로 피난하는 동안 진흙에 갇혔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중에는 여성 108명, 어린이 7명, 남성 1명이 포함됐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는 72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사고에 애도를 표하며 사망자의 유족에게 20만 루피(약 332만 원), 보상자에게 5만 루피(약 83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에서는 종교 행사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16년 새해를 기념하는 힌두교 사원에서 불꽃놀이 도중 대형 폭발이 발생해 최소 112명이 숨진 바 있다. 2013년 마디아프라데시주의 한 사원 근처 다리에서도 약 115명의 힌두교 신도가 압사했다.

3일 (현지시간) 인도 종교 행사 압사사고 희생자들이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에 있는 병원 영안실에 놓여있다. 이날 힌두교 행사를 마친 사람들이 예배장소를 빠져나가다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이 사고로 최소 116명이 압사했다고 보고 있다. 2024.07.03/ ⓒ AFP=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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