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몸살' 말레이시아, 경유 보조금 삭감…정부 지출 줄인다
저렴한 경유 가격에 태국 등 이웃 국가에 밀수 판쳐
기존 약 627원서 978원으로…생계형·공공부문에는 그대로 지원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말레이시아가 정부 지출을 줄이고 연료 밀수를 막기 위해 경유 보조금을 삭감한다.
1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말레이메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부터 경유 보조금 지원을 일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미르 함자 아지잔 말레이시아 제2재무장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모든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기존 리터당 2.15 링깃(약 627원)에서 3.35 링깃(약 978원)으로 오르게 된다.
아지잔 장관은 "경유 차량의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받는 경유의 양은 2019년 61억리터에서 2023년 108리터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지잔 장관은 "우리 국경 너머로 (보조금을 받은 경유) 누출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유 가격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에 따라 밀수업자들은 경유를 구매해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인근 국가에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보조금 삭감으로 정부는 연간 약 40억 링깃(약 1조1682억원)을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업 및 농업 종사자, 스쿨버스, 구급차, 대중교통, 저소득층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보조금 삭감 조치를 미루어봤을 때 말레이시아의 재정 상황이 상당히 악화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말레이시아는 2024년 예산 기준 보조금과 사회 지원에 528억 링깃(약 15조 4244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624억 링깃(약 182조 2289억원)보다 약 3조원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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