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연정 '모디노믹스'…토지·노동 개혁까지 가시밭길
"모디 3.0, 인도 제조업 강국 만드는 방향으로 초점"
"제조업 허브 유지에 토지·노동·관세가 주요 장애물"
- 김예슬 기자,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신기림 기자 = 지난 40여 일간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다시 한번 승리를 선언했다. 집권 10년 동안 인도 경제를 세계 10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린 모디 총리는 집권 3기에서도 경제를 최우선으로 내세워 인도를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4일(현지시간) 제18대 인도 하원의원 543명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주도 국민민주연합(NDA)이 293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총선 때 BJP 단독으로 303석을 얻어내며 단독 과반을 달성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63석이나 빠진 240석에 그치며 지난 선거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인도에서는 연방하원 의석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정당이나 정치연합의 지도자가 정부를 이끈다.
BJP의 승리로 모디 총리도 집권 3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디 3.0'에서 과감한 경제 개혁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모디 총리의 BJP가 단독 과반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NDA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NDA의 두 핵심 의원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두 사람은 당을 바꾼 전력이 있고, 불과 몇 달 전에야 모디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모디와 함께할지 아니면 야당을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결국 모디 정부의 초석이 되어온 투자 주도 성장 추진과 같은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화이트스페이스 알파의 펀드 매니저인 푸닛 샤르마는 로이터에 "연정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다가오는 NDA 정부는 7월 예산에서 개혁에 집중하기보다는 복지 중심 접근법으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엠케이 글로벌의 애널리스트들은 토지 및 노동 정책의 변화와 국영 기업의 민영화와 같은 어려운 개혁이 "테이블에서 벗어났다"다며 이제 인도 시장은 더 높은 위험 인식으로 인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심지어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실패하더라도 인도의 성장 궤적은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런던에퀴티의 마이크 셸 글로벌 신흥시장 주식 책임자는 로이터에 "중요한 것은 정책 연속성"이라며 "20석으로 승리하든 120석으로 승리하든 구조 개혁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궁극적으로 승리하면 승리한 것이고 인도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마감(1일) 이튿날인 지난 2일 모디 총리는 승리를 확정 짓기도 전에 일찌감치 새 정부의 100일 의제를 검토했다.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며 '빅시트 바라트 2047(Viksit Bharat: 2047)'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날 각료들과의 회의에서도 '빅시트 바라트 2047'과 향후 5년간 세부 실행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코노믹타임스는 "모디 3.0은 인도를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 및 토지 개혁이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인도 관료, 투자자, 경제학자 등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인도가 제조업 허브 지위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토지 확보 문제"라며 "엄격하고 비효율적인 관세, 제한적인 노동법도 주요 장애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선거 전 "토지, 노동, 자본을 포함한 모든 생산요소의 개혁이 모디 정부 3기에서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선 모디 총리는 노동자 채용·해고를 더 쉽게 만드는 규정을 추진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조처를 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직원 100명 이상인 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해고하려면 주(州)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도 의회는 이 기준을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주 당국의 반발에 부딪혔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는 선거에서의 강력한 승리가 그에게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과 정치적 자본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두 정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또 인도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공장 부지 등 토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의 중국 무역 전문가 헨리 가오는 "중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해 투자자들이 산업용 토지를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모디 3기에서는 토지기록 디지털화를 완료해 토지 취득 과정을 간소화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코노믹타임스에 "토지 개혁은 정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모디가 재집권하면 토지기록 디지털화부터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모디 총리는 반도체 및 전기 자동차 기업에 국내 생산에 대한 보조금 제공하고,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 인프라 부흥계획(PM Gait Shakti)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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