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커지는 中 압박 속 취임 선서
이후 공식 취임식서 국정 비전 연설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민진당(DPP) 소속 라이칭더(64)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 총리는 이날 수도 타이베이의 총통 청사에서 샤오메이친 부총통과 취임 선서를 했다.
대만에 서식하는 나비를 상징하는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대만 전역에서 피는 겨자꽃을 본떠 노란색 핀으로 옷깃을 장식한 라이 총통은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 국새'와 총통 인장을 받았다.
두 인장은 1949년 중국 내전에서 마오쩌둥의 공산당에 패한 공화당 정부가 대만으로 피신하면서 가져왔다.
라이 총통은 이어지는 공식 취임식에서 청중들에게 향후 4년간의 국정 비전에 대해 연설한다.
한 고위 관리는 취임 연설에 중국에 대한 호의 표명과 대만 해협에서 대만과 중국이 평화를 추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취임 연설에는 미국·일본·캐나다를 포함한 8개 국가의 의원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12개국 지도자들이 초청됐다.
AFP통신은 전임 차이잉원 총통과 마찬가지로 라이 총통 역시 "민주주의의 확고한 수호자이며, 앞서 자신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 일꾼'으로 묘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통제를 위한 무력 사용을 계속하는 가운데, 차이 총통 시절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하게 되는 라이 총통은 발언의 톤을 조정해 공식적 독립을 선언하기보다는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를 내세워 대만의 주권을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해 왔다.
지난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독립' 행위는 민족의 대의와 민심을 저버리고 국가의 중권, 안보, 발전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라이 총통이 평화적 발전과 대결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날 라이 총통의 취임 선서를 즉시 보도하지 않았으며,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라이 총통이 취임한 후 "점점 더 도발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1월 선거에서 민진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에는 의원들이 의회 개혁안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서로를 밀치고 때리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21일에도 토론이 재개돼 동물 국회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외에도 주택 가격 상승 및 생활비 압박, 임금 정체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라이 총통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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