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임 확정 뒤 中 서둘러 찾은 푸틴에게 어떤 선물 풀까

중러 교역량, 지난해 26% 급증…올해 3~4월엔 감소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정상 포럼 개막식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3.10.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위해 중국에 도착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중국은 대(對)러 제재에 동참하란 서방의 압박을 외면한 채 러시아와의 결속을 강화했지만, 경기 위축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선 서방 무역 파트너국들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이에 중국은 최근 들어 러시아와의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톤 다운'시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AF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푸틴은 16일 아침, 중국 베이징에 국빈 방문했고 이날 시진핑과 중러 정상회담을 실시한다.

이번 해외 방문은 푸틴 대통령이 3월 재선에서 성공한 이후 나서는 첫 해외 순방인데, 양국 정상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안보, 에너지 등 의제를 놓고 회담할 방침이다.

푸틴의 이번 방중은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등 품목에 관세 폭탄을 부과한 직후 이뤄지는 만큼 양국 정상은 대미 연합전선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제3국의 금융 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허용한 것이 한 가지 이유로 지목된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최근 러시아와 협력하는 중국·홍콩 소재 은행 및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기존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복수의 소식통은 AFP에 일부 중국 은행이 러시아 고객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게양된 오성홍기와 러시아 연방 국기. 2023.05.2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실제 우리의 세관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간 무역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규모가 2400억 달러(약 324조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은 자동차, 산업 장비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수출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했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중국의 대러 수출은 3~4월 들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중국의 대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4월에는 13.5% 수축한 것.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소장은 "중국 은행들은 '후회하느니 조심하자'(better-be-safe-than-sorry) 원칙에 따라 거래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러시아 군산 복합체와 연관됐는지 알아내는 것은 중국 기업들과 은행에 상당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퉁 칭화·카네기국제정책센터 선임 연구원도 중국이 중러 전략적 파트너십의 '무한한(limitless)' 성격을 톤 다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시진핑은 지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당일 푸틴과 중러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굳건하고 무한하다"고 평가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이 표현은 이제 중국 국영 매체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BBC는 지적했다.

자오퉁 연구원은 "중국은 서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목표를 지지하지만, 핵무기 사용 위협을 포함한 러시아의 일부 전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러시아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면 평판이 손상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소장은 FT에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하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을 할든 미중 관계가 필연적으로 악화할 수 밖에 없단 사실을 안다. 중국은 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관계가 악화하는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 거래량을 줄이면서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러시아를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정책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방이 중러 동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평화 역할을 중재하겠다는 중국의 희망이 지금까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시 주석은 국제적 왕따로 전락한 푸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 포럼 개막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10.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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