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웡 싱가포르 새 총리로…리씨 세습정치 일시중단[피플in포커스]

고촉통 이후 두 번째로 리씨 아닌 총리 취임
리훙이 3대 세습 전 징검다리 역할에 그칠 듯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5일 사임하면서 새로 총리에 취임한 로런스 웡(황쉰차이)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5.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년간 장기 집권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사임한 자리에 로런스 웡(黄循財·황쉰차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15일 싱가포르 제4대 총리로 취임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웡 신임 총리는 이날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지정학적 긴장과 보호 무역주의, 민족주의가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싱가포르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와 그 아들인 리셴룽 부자 사이에 집권했던 고촉통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로 리 씨가 아닌 총리가 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웡 총리는 미시간대에서 응용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그는 리셴룽 총리의 개인 비서로 근무하기 시작해 2009~2011년 자원시장공사 이사장을 역임했고 2011년 총선에서 집권 인민행동당(PAP) 지역구 후보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문화주민청년부·통신정보부·국가발전부·재무부·교육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설립된 전 부처 통합 태스크포스(TF) 수장으로서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런스 웡(황쉰차이) 싱가포르 신임 총리가 15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4.5.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다만 웡 총리는 리셴룽 총리가 정치적 후계자인 리훙이(37)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기 전 자리를 지키는 징검다리 역할(seat-warmer)만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웡 총리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인민행동당을 이끌어가야 한다. 현재 인민행동당은 국회의장과 여당 의원이 불륜으로 동반 사임하는 등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의석을 독식하다시피 했던 인민행동당의 의석 수는 2020년 93석 중 83석으로 줄어든 상태다. 다만 제1야당인 노동당 또한 의원 2명이 사퇴하고 당대표가 의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추문에 휩싸였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웡 총리의 취임에 축전을 보내며 "미국과 싱가포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국제 규범과 기준의 준수를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파야레바 공군기지와 셈바왕 해군기지, 창이 해군기지에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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