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도 총선 투표 개시…'정치 황태자' 라훌, 또 고배 마실 듯

6월 1일까지 치러져…개표 및 결과 발표는 6월 4일
모디 총리 '3연임' 이룰 듯…경제 고성장 긍정 평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1일(현지시간) 인도 메러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3.3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인도가 19일(현지시간)부터 6주 동안 '총선 대장정'에 들어간다. 나렌드라 모디(73) 현 총리의 압승, 라훌 간디(53) 전 인도 국민회의(INC) 총재의 고배 가능성이 전망된다.

◇어떻게 치러지나 = 유권자만 약 9억6800만 명(18세 이상 성인, 전체 인구 10억4000여만 명)인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 총선은 이날부터 마지막 투표일인 6월 1일까지 28개 주와 8개 연방직할지에서 총 7번의 투표를 거쳐 치러진다.

투표소가 모든 유권자의 집에서 2㎞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인도 선거 규정에 따라 투표소만 105만 곳에 설치되고, 선거 관리 인력에만 1500만 명이 동원된다.

최다득표자 1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며, 당선자의 임기는 5년이다. 개표는 투표가 끝난 지 사흘 후인 6월 4일 전자 개표기를 통해 시행돼 당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집권 여당 인도 인민당(BJP)이 친여권 정당들과 손 잡고 결성한 전국민주연합(NDA)과 제1야당 인도 국민회의(INC)가 20여 개 군소 야당 등과 연대해 꾸린 전국인도개발포괄연합(INDIA)이 경쟁하는 구도다.

인도는 과반을 얻은 정당에서 총리를 맡아 내각을 꾸리는 만큼 총선 때 각 당에서 총리 후보를 내세우는데, 인도 인민당은 모디 총리, 인도 국민회의는 라훌 전 총재가 나섰다.

16일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단테와다에서 한 남성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치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4.03.16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모디 3연임' 이룰 듯 = 이달 초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디 총리 측의 압승이 관측된다. 이에 따르면 로크 사바(인도 의회의 하원) 총 543석 중 과반인 272석을 웃도는 399석을 전국민주연합이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모디 총리는 무려 '3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인도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기록(3선)과 동률이다.

모디 총리가 첫 집권한 2014년에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 당시 집권 여당은 인도 국민회의였고 인도 인민당이 야당으로서 2014년 총선 때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후 인도 인민당은 2019년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세 정당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모디 총리의 필승 무기로는 '경제적 고성장'이 꼽힌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2014년 세계 11위였던 인도의 경제 규모를 지난해 세계 5위로까지 끌어올린 공이 크게 평가받고 있다.

힌두민족주의를 앞세운다는 비판 또한 있으나 힌두교도가 인도 인구의 80%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펼쳐 두터운 지지층을 구축했다.

25일(현지시간) 인도 야당 국민회의당(INC)의 지도자 라훌 간디가 INC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또 고배 마시나' 라훌은 누구 = 라훌 전 총재 측은 2014년, 2019년에 이어 또다시 모디 총리에게 고배를 마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지게 되면 내리 세 번째 모디 총리 측에 패하는 것으로, 당의 운명 또한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라훌 전 총재는 총리만 세 명을 배출한 인도 최고 정치 명문가 집안 출신이다.

당초 인도 국민회의는 인도가 영국 식민 지배를 받던 19세기에 설립된 인도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단체로 역할하다가 1947년 해방 후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인도 정치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앞서 언급된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라훌 전 총재의 증조부, 조모는 네루 총리의 무남독녀이자 1984년 시크교도인 경호원의 흉탄에 숨을 거둔 인디라 간디 총리다.

부친은 인디라 총리 사망 후 총리에 오른 라지브 간디 총리로, 라지브 총리 또한 1991년 유세 중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모친은 이탈리아 출신의 소냐 간디 인도 국민회의 총재다. 1998년부터 19년간 총재직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는 라훌 전 총재가 소냐 총재의 뒤를 이어 총재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2019년 총선에서 패하자 라훌 전 총재는 그 책임을 지고 당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BBC 방송에 따르면 "아무도 라훌 전 총재가 정계 진출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명문대를 나와 미국에서 공부하고, 런던에서 일하다가 2002년에 인도로 돌아왔는데, 대다수는 그를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여겼다.

BBC는 "그러나 놀랍게도 라훌 전 총재는 2004년 하원의원으로 출마해 승리, 로크 사바에 입성했다"고 전했다.

라훌 전 총재는 2022년부터 매년 6000~7000㎞에 달하는 '인도 횡단' 대장정을 펼치는 등 정치 명가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미흡한 소통 능력과 잦은 의회 불참이 그를 '진지하지 않은 지도자'로 보이게 만들고 이에 따라 '파푸'(pappu·미성숙한 행동 등을 하는 사람)라는 멸칭까지 얻게 됐다고 본다.

미국 측 또한 그를 낮추어 봤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AFP 통신은 "유출된 미국 기밀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때 케임브리지에서 교육받았던 라훌 전 총재에 대해 (미국 측은) '빈 양복'(empty suit·인격이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저명인)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