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약 2시간 통화회담…"소통 강화·경쟁 관리" 공감대(종합2보)
지난해 11월 샌프란 회담 후 4개월여 만에 소통 재개
한반도·미중 관계 등 논의…美 첨단기술 제한 놓고 으름장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화 회담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위기와 중동 확전 가능성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 미중 정상은 오판을 줄이기 위한 '소통 강화'와 '책임 있는 경쟁 관리'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미 백악관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종합하면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중 관계와 국제 정세를 둘러싸고 1시간45분 동안 통화회담을 실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마약 퇴치 협력, 지속적인 군사간 소통, 인공지능(AI) 관련 위험 해결을 위한 회담, 기후 변화 및 인적 교류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포함해 우드사이드(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언급한 주요 문제에 대한 후속 논의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양국 정상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포함해 앞으로 몇 달간 고위급 대화와 실무급 협의를 통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화통신도 "미중 정상은 외교, 경제, 금융, 상업 등 분야의 소통 메커니즘과 양측 간 소통을 촉진하도록 임무를 부여했다. 마약 통제, 인공지능,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전개하고, 양국 간 인적·문화 교류를 확대 및 국제·지역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시진핑 "미중 관계 안정화 조짐…'윈윈' 위해 위해 평화 기조 유지해야"
이날 시 주석은 "지난 몇 달간 미중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도달한 합의를 진지하게 이행했고, 미중 관계는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이를 양국 각계와 국제사회는 환영했다"면서도 "반면에 양국 관계의 부정적인 요인도 증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전략적 인식 문제는 항상 미중 관계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첫 단추'"라면서 "중국과 미국과 같은 두 대국은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윈윈'(win-win)의 결과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후퇴하는 대신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길을 따라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올해 미중이 몇 가지 큰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 평화를 가장 중요시하고 갈등과 대결이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소란을 피우고 문제를 일으키고 경계를 넘지 않음으로써 미중 관계를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신뢰하고 행동으로 각자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양측은 상호 존중의 자세로 소통을 강화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견을 관리하며, 호혜의 정신으로 협력을 촉진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진핑 "대만 문제는 레드라인"…바이든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중요"
이날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대만 독립' 세력의 분리주의 활동과 외부의 묵인 지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측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긍정적인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대만은 지난 1월 라이칭더 민진당 부주석을 차기 총통으로 선출했는데, 중국은 5월 취임하는 라이칭더를 분리주의자라며 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 바이든 "미중 관계 진전…中 충돌 의사 없어"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미중 관계의 진전은 양측이 이견을 책임있게 관리하면서 적극적으로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으며,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려 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추구한다. 중국의 발전은 세계에 이익이 되며,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하지 않으며, 중국과 '분리'를 추구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이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도록 주선해 중국 측과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오판을 방지하며, 협력을 촉진하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글로벌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바이든, 시진핑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 강조
이날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 언급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최근 표결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가운데 나왔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은 창설 15년 만인 이달 30일 종료 수순을 맞이하게됐다.
◇ 美, 불공정 무역 정책 우려 제기…中 "첨단기술 개발권 박탈시 좌시 않을 것"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과 비시장 경제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무역과 투자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미국이 자국 기업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의 경제, 무역, 과학기술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를 끝없이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목록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는 '위험 제거'가 아니라 '위험 생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호혜협력을 전개하고 중국 발전의 이익을 공유할 의향이 있다면 중국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美·中 "솔직·건설적 대화 나눠" 평가
이번 전화회담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은 각각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이 협력 분야와 이견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지역, 글로벌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미중 정상은 이번 통화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지속적으로 소통을 유지하고, 양측 실무팀이 '샌프란시스코 비전'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이자, 지난 2022년 7월28일 이후 1년8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 2021년 2·9·11월, 2022년 3·7월에 각각 전화(화상) 통화를 가진 바 있다.
아울러 미중 정상이 접촉한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대면 정상회담(11월15일)을 가진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양국 정상은 당시 샌프란시스코 선언(골든게이트 선언)을 내고 '우발적 충돌의 회피'를 위해 실무자급을 포함한 군 간 소통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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