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진핑' 전랑외교→경기부양 집중하나[딥포커스]

GDP 성장률 목표치 4.0~5.2% 예상…中, 지난해 5.2% 성장 달성
올해 디플레·증시·부동산 침체 위기…"시주석 리더십은 공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03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의 시작을 알리는 정협 전국위원회 회의가 이날 막을 올렸고 전인대 연례회의는 2023년3월5일 개막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시진핑 집권 3기 2년 차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해 약 2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수십 년 만에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속 열리는 이번 양회에서 시 주석과 지도부가 어떤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올해 양회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국내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중 물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면서 "중국 지도부는 궁지에 몰린 중국 경제에 관한 세계의 담론을 어떻게 재설정할 수 있을지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양회에서 주목할 세 가지 관전포인트는 중국 지도부가 경제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부양책을 꺼내 들지, 위기에서 헤어 나오기 위한 시진핑의 장기적 경제 의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도부 내 권력 균형을 어떻게 이뤄야 할지 등이다.

당장의 초점은 정부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인데, 지난해 중국의 경제는 부동산 침체·디플레이션·지방정부 부채 등 각종 악재 속 정부의 목표치인 5.0% 안팎을 상회하는 5.2% 목표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중국 정부가 같은 목표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중국은 5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을 이어갔고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 지표가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8%포인트(p)와 2.5%p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도 줄곧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정부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최저 4%에서 5.2% 사이(평균 4.6%), GDP 대비 재정 적자율은 3%대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 목표치는 시 주석의 신임을 받으며 지난해 취임한 리창 총리가 오는 5일 개회식 당일 업무 보고에서 발표한다.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된 리 총리는 올해 양회에서 자신의 첫 업무 보고에 나서는 만큼, 그가 어떠한 비장의 부양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헬렌 차오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재정 적자 목표가를 GDP의 3.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중앙 정부가 지출 재원 마련을 위해 1조 위안(약 184조원)에 달하는 특별 채권을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모건 스탠리의 로빈 싱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재정 적자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올해 GDP 대비 최소 1.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 부양을 위해 미국과 대결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단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 길퍼드대학 정치학과 쉐즈 궈 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침체, 증시 위기, 높은 실업률, 수요 약화와 같은 도전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은 (미국과) 대결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일시적으로 집어넣고 중국 경제의 안정화를 위해 미국에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위기 반전 속 올해 양회에서는 지난해 돌연 경질된 친강의 후임이 임명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국가를 부르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의 시작을 알리는 정협 전국위원회 회의가 이날 막을 올렸고 전인대 연례회의는 2023년 3월5일 개막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외신들은 경제 상황이 시 주석의 리더십을 시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를 통해 시 주석의 측근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 주석의 철권통치는 올해 양회 이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도 "시 주석이 3선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포스트코로나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젊은층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에서의 본 손실과 씨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이 제시한 경제 방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지만, 이 같은 도전은 수십 년 만에 중국의 가장 강력하고 권위 있는 지도자인 시진핑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의회는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당의 핵심 관심사가 아닌 사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시 주석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그가 제시한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점점 더 드물게 포착됐다. 후진타오 재임 기간인 2013년 당시 전인대는 평균 85.3%의 찬성률로 정부 계획안을 표결했는데, 시 주석의 치하에서는 이 수치가 20년 만에 최고치인 98.6%로 상승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천강 선임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양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괜찮고, 올바른 궤도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면서 "새 행정부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많기 때문에 리창 총리는 경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확인시켜 주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닐 토마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시 주석은 더 이상 선거에서 승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지지보다는 엘리트의 통제"라면서 "중국은 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자신감을 제고하기 위한 전술적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 주석의 국가 주도 발전이라는 기본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진핑은 지난해 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 지어 1인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22년 전인대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당 지도부에 앉히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양회에서는 국무원까지 장악, 당과 정부 등 내각 수뇌부까지 집어삼켜 권력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2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서 서류를 들고 휴식을 하러 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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