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선 승리' 프라보워 캠프 "에너지 보조금 축소, 결정 안해"

선대위 부위원장 로이터 인터뷰…'선별 지급' 발언 하루만에 진화
디젤·가스·전기 연간 42조원 보조…무상급식 시행시 재정 '빨간불'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14일(현지시간) 보고르에서 투표를 한 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2024.2.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에너지 보조금을 축소해 예산 효율성을 제고하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상급식 공약과 수도 이전 사업으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수비안토 당선자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프라보워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에디 소에파르노는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지난해 500조 루피아(약 42조원)가 소요된 에너지 보조금을 선별 지급하라는 전문가 집단의 정책 제언이 있었지만 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에디는 전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디젤·가스 보조금에만 한해 350조 루피아가 들지만 수혜 계층의 80%는 고소득·중산층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프라보워 정부가 출범하면 첫번째 조치로 2~3개월 걸쳐 에너지 보조금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에디는 하루 만에 당선자의 의중이 중요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로이터에 "프라보워 당선자가 동의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전문가 집단의 정책 제언은 국가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라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디젤·가스 등 연료 및 전기 요금에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에너지 보조금 정책은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국제 유가 변동폭에 따라 정부 재정이 휘청거린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프라보워 당선자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학교 무상 급식을 시행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연간 450조 루피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높일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라보워 당선자는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을 현재의 40%에서 50%까지 올려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올해 수도 이전을 목표로 2022년 8월 착공한 누산타라 신도시 건설 사업도 프라보워 정부로선 부담이다. 사업비로 총 320억달러(42조원)가 투입되는 누산타라 건설에 대해 프라보워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조코위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받겠다며 계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라보워 정부의 곳간을 책임질 차기 재무장관 인선에 국제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라보워 당선자의 보좌관인 누스론 와히드는 아직 내각 인선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선 2위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측에 인사 논의를 위한 연락을 취했다는 보도도 흘러 나왔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리트방 콤파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프라보워 연정에 속한 4개 정당은 42.85%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무소속 아니스를 지지한 정당은 29.09%, 대선 3위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의 당은 20.12%를 얻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집권 여당의 의회 의석수가 절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인사에서 야당과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미쓰이스미모토 은행의 경제학자 아베 료타는 이날 로이터에 "앞으로 정부가 고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 재무장관으로 재정정책의 공격적 확대를 주장하는 인물이 내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