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 300명 인니 해안 도착…지방정부 냉대 속 캠핑장으로
"11월 1일에 출발해 거의 한 달 반 동안 표류했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인도네시아 서부 해안에 도착한 로힝야족 난민 300여명 가운데 일부가 임시 대피소로 옮겨졌다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성과 어린이로 구성된 135명의 난민들은 이날 아체주 해변에 머물다가 지방정부 건물을 거쳐 캠핑장으로 이동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날 도착한 난민들은 한 달 넘게 바다에 표류하다가 해변에 닿았다. 난민 무함마드 쇼이불 이슬람(24)은 "우리는 거의 한달 반 동안 바다에 있었다"며 "11월1일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난민들은 현지인들이 건네준 물을 마시고 일부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다.
현지 경찰은 난민들이 가져온 골판지 상자에서 유엔 난민증 더미를 발견했다고 AFP가 전했다.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으로 2016년 미얀마 정부의 대대적인 탄압 속에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대거 피란했다. 2017년에만 방글라데시로 대피한 로힝야족만 72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범죄와 척박한 생활 환경 때문에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한 목숨 건 바닷길에 오르고 있다.
아체주 당국자는 "이들은 난민 담당 부서에 의해 캠핑장으로 이동하게 됐다"며 "이미 그곳에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3시쯤 로힝야족 180명을 태운 배가 아체주의 해변에 닿았다.
이에 아체주 지방정부는 난민들에게 텐트나 대피소 등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지 않겠다면서 "어떤 비용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당국과 주민들은 지난달에만 1000명의 로힝야족이 바다로 유입된 이후 이들을 다시 바다로 내보내겠다고 경고하며 수용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아체주 사방섬에서는 지난 6일 150명의 시위대가 로힝야족 난민들의 이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앤 메이만 인도네시아 주재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난민들이 해변에 도착해 어디로 데려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를 결정해야 하는 건 정부"라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역사회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난민들에 대한 구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유입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 "인신매매가 늘고 있다. 그들에게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도네시아는 유엔난민협약의 서명국이 아니며, 미얀마로부터 난민을 강제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근 국가들이 난민들을 거부하는 통해 로힝야족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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