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계, '인종청소' 피해 대탈출…6000명 이상 대피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도시 주유소에서 폭발…주민 200명 이상 부상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로부터 지지 획득…러시아도 사실상 묵인

25일(현지시간)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난 난민들이 아르메니아 국경도시 코르니조르에 도착하고 있다. 2023.09.25/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인 주민이 아르메니아로 이동했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전날(24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탈출한 첫 난민행렬이 아르메니아에 도착했으며, 이날까지 6650명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르메니아 남부 도시 고리스에는 난민들이 교통·주택 등록 등을 위해 지역 극장에 설치된 인도주의적 허브에 몰려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르메니아 분리주의 당국에 따르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려는 난민들에게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해 온 주유소가 폭발해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폭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사망자도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아르메니아 분리주의 당국 관계자들은 사상자가 있다고만 밝힌 상태다.

당국은 성명을 통해 당국은 성명을 통해 "스테파나케르트-아스케라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구조팀과 의료팀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파나케르트는 한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중심 도시다.

보도에 따르면 난민들이 분쟁 지역을 떠나기 위해 차에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주유소에 줄을 서던 중 폭발이 발생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인권 옴부즈맨인 게감 스테파얀은 피해자 대다수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의료 및 항공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부상자 중 일부는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으며, 가장 심각한 부상자 중 일부는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리주의 당국의 전 고위 관리였던 아르탁 베글라리안은 인터뷰에서 폭발이 일어난 주유소에는 당시 수십 톤의 연료가 저장돼 있었으며, 분명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부상자 중 상당수가 폭발로 인해 위독한 상태이며, 당국이 이들을 아르메니아로 이송해 치료받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분쟁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중심 도시 스테파나케르트의 주유소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이번 폭발로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측 자치군 진지에 포격을 가하며 '반테러 작전'을 전개하면서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현재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있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약 12만명 거주하고 있어 그간 분리 독립을 꾀해왔다.

분쟁은 하루 만인 20일에 일단락됐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중재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충돌한 지 하루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 협정 조건에 따라 아르메니아 분리주의자들은 무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이번 분쟁으로 아르메니아 분리주의 당국은 200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지난 24일 지뢰로 인해 차량이 공격당하면서 군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아제르바이잔 국영 언론은 관리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민족 공동체와 "재통합"을 목표로 두 번째 평화 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서부 나히체반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날 회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제르바이잔이 통합하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지역의 상황을 해결할 기회의 창이 열렸다"면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제르바이잔은 표면적으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권리는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아르메니아와 전문가들은 '인종 청소'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서부 나히체반에서 회담했다. 2023.09.25/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한편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오랜 동맹국인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면서도, 사실상 러시아 분쟁을 방관했다고 여기면서 양국 간 안보 협정이 파기됐음을 알렸다. 그는 현재 양국 간 안보 협정이 불충분하다면서 새 동맹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파시냔 총리가 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아르메니아 정부는 아르메니아와 러시아의 다각적이고 수 세기에 걸친 관계를 고의로 파괴하려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안보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사태를 평가했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주도의 안보 동맹인 CSTO에 속해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마찬가지로 회원국들이 공격받을 시 서로 도움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인정했다면서 아르메니아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다.

현재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반군을 무장 해제하는 활동을 지원 중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