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2년…장기집권 노리는 군부에 국제사회 관심도 묘연

8월 전 총선 통해 장기집권 예상…쿠데타 이후 최소 2900명 숨져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021년 2월6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시위대가 경찰차를 가로막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다음달 1일로 2년이 된다. 미얀마 내부에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다 군부는 장기집권 절차를 밟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린 만큼 국제적 대응책도 묘연하다.

쿠데타의 직접적인 계기는 2020년 11월8일 치러진 총선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출 의석의 83%를 거두며 압승했는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필두로 한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쿠데타를 단행했다.

수치 고문이 구금되자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얀마 전역에서 시작됐다. 이에 군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고,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대와 경찰의 폭력으로 지난 29일까지 최소 2894명이 숨졌다. 쿠데타 이후 체포된 사람만 1만7500명에 달한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쿠데타 이후 120만 명의 미얀마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최소 7만 명이 미얀마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고 발표했다.

군부는 정치범들에게 사형을 집행하며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 군부는 지난해 7월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미얀마에서 정치범의 사형 집행은 1976년 이후로, 그 외의 사형 집행도 1990년부터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엔과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한 목소리로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미얀마 법원은 수치 고문에게 부패, 공무상 비밀유지법 위반, 선거 조작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33년을 선고했다.

미얀마 반군부 세력의 저항.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쿠데타 이후 불안정한 상태가 길어지며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2021년 미얀마 경제는 쿠데타와 코로나19 이중 타격으로 20% 가까이 위축됐다. 세계은행(WB)은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을 2022년 2%, 2023년 2.6%로 전망했다. 또 세계은행은 미얀마 인구의 40%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호주 커틴 대학교의 트웨 트웨 테인 부교수는 "나라가 완전히 불안정해졌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느냐"며 "미얀마의 화폐인 차트의 가치가 40% 이상 떨어져 경제가 파멸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했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혼란 속에서 미얀마의 아편 생산은 큰 폭으로 늘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의 2021년 아편 생산량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아편 생산량이 88% 늘어난 795톤(t)에 달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레미 더글러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은 "2021년 2월 군부의 쿠데타로 인한 경제적, 안보적, 정치적 요인으로 아편 생산 및 유통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민 아웅 훌라잉 최고사령관. 23.01.2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군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는 다음달 1일로 종료된다. 국가비상사태 종료 6개월 내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군부가 8월쯤 열릴 총선을 통해 장기집권하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군부는 우 민 쉐 부통령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앞세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새 선거법을 제정해 군부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의 출마를 금지했고, 정당 등록 후 3개월 내에 최소 10만 명의 당원을 모으도록 규정했다. 정당 등록 6개월 이내에 전국 330개 지역구 중 절반 이상에 사무소를 열고 후보를 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정당은 사실상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 진영에서는 국제사회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국장 일레인 피어슨은 이달 초 "미얀마 정권의 광범위한 남용을 종식시키려면 표적 제재와 잔학 행위에 대한 책임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인 교수도 "세계가 미얀마를 위해 한 일과 우크라이나를 위해 한 일을 비교해보라"며 "미얀마에서 외국 무기와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