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도 강국 미래 불투명하다…체중 감량 압박에 체벌까지

日유도연맹, 어린이 전국대회 취소…"스포츠 가치 상실돼"
'유도 강국' 日서 사라지는 '루키'

지난달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에서 열린 유도 훈련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 22.05.25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유도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체벌, 체중 감량에 대한 압박 등으로 많은 어린이가 유도를 포기하고 있어 유도 강국의 미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20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전일본유도연맹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6년까지 유도를 연습하는 동안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은 121명에 달한다.

연맹은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만 10세 미만 어린이들이 출전하는 전국 대회를 취소하기까지 했다. 또 만 10~12세 어린이 전국대회를 취소, 강의·연습 등 행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시즈오카 지역 챔피언이었던 중학생 후쿠오 리온(13)은 "올해 초등학생들이 출전할 토너먼트 대회가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후쿠오와 같은 도장에 다니는 12세 딸을 둔 코스케 모로이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실망스러웠지만, 이유를 알고 나서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림픽 유도에서 메달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야마시타 야스히로 전일본유도연맹 회장은 "부모와 코치가 단기적인 영광을 좇으면서 스포츠의 가치는 상실되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야마시타 회장은 "유도는 인간성이 중요한 스포츠"라며 "이기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면 스포츠 정신은 왜곡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유도 선수는 약 12만 명으로, 2004년 이후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다. 특히 어린이 선수의 숫자는 더욱 급격히 감소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유도 선수 노리코 미조구치. 22.05.25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이처럼 어린이 선수가 줄어든 데는 체벌, 체중감량 등 억압적인 유도계 문화 때문이라고 AFP는 분석했다. AFP는 초등학교 아이들은 더 가벼운 체급에 출전하기 위해 최대 6kg까지 체중을 감량해야 하고, 올림픽 선수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면서 빈번하게 부상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스포츠계 학대 문제가 지적돼왔지만, 체벌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유도 선수 노리코 미조구치는 "체벌이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믿음은 일본에서 일반적"이라며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체벌이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미조구치는 현재 프랑스에서 유도 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도를 지배한 '마초 문화'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며 "아이들을 세심하게 대해야 하고, 유도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일본 유도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어린이 대회를 없애면 일본이 유도 강국이라는 명성을 잃을 것이라 우려하지만, 나는 오히려 어린이 대회가 없는 것이 아이들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스포츠계의 문화에 잠식된 부모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코치의 경우 면허를 박탈하는 등 연맹 차원에서 조처할 수 있지만, 부모의 훈육은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유도사고 피해자협회의 쿠라타 히사코 대표는 "대부분의 부모가 위험은 생각하지 않고, 자녀가 이기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쿠라타는 2011년 두부 부상으로 15세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쿠라타는 "부모들도 유도계에 몸담고 있는 선수, 코치들처럼 승패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며 "이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