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준우승' 김연경의 새해 소망은 '통합우승'…"절실합니다"
2시즌 연속 챔프전서 고배…'선수 말년' 우승 간절
악재 속 1위로 전반기 마감…"어린 선수 성장 긍정적"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절실합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6)이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통합 우승'을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추가 설명 없이도 김연경의 우승을 향한 열망이 충분히 느껴졌다.
김연경은 사실 우승을 많이 맛본 선수다. 그는 2005-06시즌 데뷔와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등을 모두 휩쓸었다. 2009년 일본 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4시즌 동안 3번이나 우승했다.
이후 일본 리그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튀르키예로 무대를 옮겨선 챔피언스리그 한 차례와 리그 우승 2번을 차지했다.
그런 그가 여전히 우승에 목이 마른 것은 단순한 '승부욕' 때문이 아니다.
2020-21시즌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그는 이후 챔프전 준우승만 3차례 기록하는 불운을 맛봤다.
2020-21시즌 준우승 이후 잠시 중국 리그에 다녀온 그는, 다시 돌아온 2022-23시즌부터 2연속 준우승으로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2022-23시즌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선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첫 2게임을 잡으며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는 듯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내리 3게임을 내주며 역대 최초의 '리버스 스윕'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도 아쉬웠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3연패로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이었지만 모두 고비를 넘지 못하며 2시즌 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을 삼켰다.
최근 몇 년간은 은퇴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국내 정상급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를 감안하면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도 '은퇴설'은 계속됐고, 그가 정규시즌 MVP 트로피를 받는 시상식에서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히고 나서야 소문은 잦아들었다.
우승의 맛을 본 지 오래됐고 2시즌 연속 아쉬운 준우승에 선수 생활 말년에 접어든 나이까지. 김연경이 우승에 대한 절실함을 가질 이유는 넘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소속 팀 흥국생명도 올 시즌을 어느 때보다 착실하게 준비했다. 취약 포지션으로 여겨지던 세터와 리베로에 이고은, 신연경을 각각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선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를, 아시아쿼터 외인으론 미들블로커로 아시아쿼터 외인 아닐리스 피치를 지명하며 높이도 보강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개막 이후 내리 14연승을 내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주장 완장을 친구 김수지에게 넘긴 김연경도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던 흥국생명에 급격한 위기가 찾아왔다. 외인 투트쿠를 시작으로 피치, 신연경이 줄부상을 당하며 주전 진용에 균열이 생겼다. 여기에 더해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는 상대팀 감독을 조롱하는 논란을 빚어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14연승 후 내리 3연패. 흥국생명이 급격히 흔들리는 사이 2위 현대건설이 매섭게 추격했고 어느덧 승점이 같아지기에 이르렀다. 두 달 넘게 쌓았던 성이 불과 일주일여 만에 무너지는 듯했다.
그래도 흥국생명은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3연패 기간 다소 흔들렸던 김연경 역시 동료들을 독려하고 스스로의 마음도 다잡았다.
흥국생명은 지난 28일, GS칼텍스와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잡고 연패 탈출과 함께 선두를 유지한 채 반환점을 돌게 됐다. 흥국생명으로선 의미 있는 마무리였다.
김연경 역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많은 일들이 겹쳤는데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서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연패 기간 '질릴 정도로' 팀 동료들과 미팅했다는 말에선 김연경의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휴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동료들을 조금 덜 봐도 된다"며 웃었다.
여전히 흥국생명은 '36세 베테랑' 김연경에 대한 의지가 큰 팀이다. 리그 득점 6위, 공격 종합 1위, 오픈 공격 5위, 퀵오픈 1위, 서브 8위에 수비에서도 리시브 2위, 수비 종합 10위를 달리는 '공수겸장' 김연경은,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다.
김연경은 "어린 선수들이 나에게 많이 의지하는 게 사실이고, 부담될 때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내가 얘기하는 것에 피드백을 해주고 있고,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한 시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연경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지만 일단 넣어두겠다. 지금은 우승이 절실하다"면서 "전반기를 1위로 잘 마쳤는데 후반기에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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