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뽑은 터닝포인트는 '페퍼전 완패'

지난달 27일 강했던 페퍼에 1-3으로 패배
선수들과 마음 터놓으며 대화, 이후 5연승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부키리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상승세가 매섭다. 흥국생명, 현대건설까지 '2강 체제'로 보였던 여자부에서 상위 팀들을 연달아 잡아내며 5연승 신바람을 냈다.

4승6패였던 정관장은 9승6패(승점 26)를 기록, 3위로 올라서며 흥국생명(승점 40·14승1패), 현대건설(승점 34·11승4패)을 추격하고 있다.

정관장은 지난 1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로 이겼다. 선두 흥국생명의 15연승 도전에 제동을 걸면서 첫 패배를 안겼다.

지난 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며 봄 배구를 경험했던 고 감독은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출발은 불안했다. 1라운드에 3승3패에 그쳤고, 2라운드에서도 한 때 1승3패까지 몰리면서 흔들렸다.

무엇보다 지난달 27일 페퍼저축은행에 1-3으로 패한 것이 뼈아팠다. 페퍼에 유독 강했던 정관장 입장에서는 충격이 컸다.

고 감독은 19일 페퍼전이 올 시즌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페퍼전을 마치고 선수들과 정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나도 진심을 전했고 선수들도 펑펑 울더라. 다행히 선수들이 잘 이해해 줬다. 덕분에 페퍼전 이후부터 다른 경기력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관장은 페퍼전 패배 이후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를 제압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3라운드에는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흥국생명을 연달아 꺾으며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중앙의 공격 비중을 높였고 이전보다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고 감독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시즌 초반에는 부상 등으로 많은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조직력이 흔들렸던 부분이 있다. 이제 조금씩 손발이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선수들이 공격에 성공하자 기뻐하고 있다. 2024.12.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17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메가가 공격을 하고 있다. 2024.12.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정관장은 2024-25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를 새 외국인 선수로 뽑은 정관장은, 198㎝의 장신인 그를 리시브에 가담시키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부키리치는 데뷔 후 줄곧 아포짓으로만 뛰었던 선수다.

아포짓 스파이커인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부키리치의 포지션이 겹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으나 고 감독은 과감하게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부키리치는 팀의 리시브 25.33%를 책임지면서도 리시브 효율 34.31%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득점 3위, 공격 5위, 서브 4위, 퀵오픈 5위, 리시브 7위, 디그 13위 등 공수에 걸쳐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부키리치를 향해 "배구 천재"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고 감독은 "부키리치가 새 포지션 적응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다행히 잘 따라와 줬다"며 "아마 세르비아 대표팀에서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웃었다.

정관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지난 시즌 아쉽게 흥국생명에 1승2패로 밀려 오르지 못했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것이다. 고 감독은 "우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 더 많은 응원을 받아서 힘을 냈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17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4.12.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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