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 때문에 골머리 앓는 V리그 구단들…"교체도 쉽지 않아"

부상·부진 등에 남녀부 14개 구단 중 6명 교체
빠르게 대처한 대한항공 등은 재정비 후 안정세

2경기 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대한항공).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배구에서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구단들이 속출하고 있다. 외인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V리그에선 적잖은 타격이다.

도드람 2024-25 V리그는 지난달 개막해 현재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 일정의 20%가량밖에 소화하지 않은 초반부다.

그런데 벌써부터 외인 문제로 고민하는 팀들이 많다. 불의의 부상을 당했거나 기량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가 대표적이다.

특히 남자부가 심각하다. 7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이미 외인을 교체했거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시작이었다. 삼성화재는 외인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활약했던 마테이 콕을 지명했으나, 메디컬테스트에서 무릎 이상이 발견돼 개막 전에 일찌감치 블라니미르 그로즈다노프로 교체했다.

개막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 5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삼성화재의 에이스로 뛰었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지명해 기대를 모았지만, 2번째 경기만에 어깨 부상을 당했다.

요스바니는 8주 정도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대한항공은 빠르게 '임시 대체 외인'을 물색해 막심 지갈로프를 데려왔다. 막심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도 급하게 영입돼 팀의 우승에 일조한 바 있다.

한국전력도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고, 우리카드는 주장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던 미힐 아히가 발목 근육이 파열됐다.

우리카드의 주장을 맡았던 미힐 아히 역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KOVO 제공)

두 팀 역시 대체 외인을 물색하고 있지만, 대체 외인 풀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빠르게 움직인 대한항공의 경우 막심의 합류 이후 전력을 재정비하면서 안정세에 들어섰는데, 한전과 우리카드의 경우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OK저축은행은 유일하게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외인을 교체한 케이스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아 놀라움을 줬는데,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마누엘 루코니가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3번째 경기만에 백업으로 밀려났다.

외인을 백업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로, OK저축은행으로선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대체 외인으로 데려온 크리스티안 발자크 역시 현재까지는 큰 임팩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남자부의 경우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7명의 외인 중 레오(현대캐피탈)와 안드레스 비예나(KB손해보험), 2명만 남은 상황이 됐다.

여자부의 경우 남자부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현재까지 외인을 교체한 외인은 페퍼저축은행뿐이다.

2경기만에 부상을 당한 페퍼저축은행 바르바라 자비치.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은 외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바르바라 자비치를 지명하며 기대를 모았는데, 자비치는 2경기 만에 어깨 부상을 당해 교체가 확정됐다.

빠르게 대체 선수로 테일러 프리카노를 영입했지만, 1순위 외인 대신 합류한 '대체 외인'이기에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심 차게 새 시즌을 준비했던 페퍼는 또다시 개막전 승리 이후 7연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밖에 GS칼텍스 역시 지젤 실바가 부상으로 한 경기를 결장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예전보다는 덜 해졌다고 하나, V리그는 여전히 외인의 공격 비중이 매우 높은 리그다. 외인의 활약 여하에 따라 시즌 성적이 갈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초반부터 악재를 맞닥뜨린 구단들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처럼 검증된 대체 외인을 빠르게 영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