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 짊어진 김수지 "우승 목표,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흥국생명의 미들블로커 김수지(37)가 새 시즌 주장 완장을 찼다. 수줍음 많은 성격이고 어느덧 팀 내 최고참이 됐기에 부담이 적잖았지만, 김수지는 이를 받아들였다.

오랜만에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김수지는 새 시즌 팀의 우승을 향해 달려가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수지는 1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사전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만나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김수지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밝아졌다"면서 "전지훈련을 비롯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매끄러웠다"고 했다.

다만 KOVO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하는 등 다소 아쉬웠던 성적을 낸 데 대해선 "아무래도 선수들이 위축되면서 고비를 못 넘었다.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도 컸다"면서 "그래도 경기에 대한 적응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전력이 상향평준화 되다 보니 매 경기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김수지는 새 시즌 팀의 주장을 맡았다. 리베로 김해란의 은퇴로 팀 내 최고참이 됐는데, 주장의 무게까지 짊어졌다. IBK기업은행 시절에도 주장 역할을 소화한 경험이 있지만, 최고참의 위치에서 다시 맡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사실 나는 나를 챙기는 스타일인데, 주장은 다른 사람들을 공감해 주고 신경 써야 하는 위치"라면서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믿어주셨기에 받아들였다"고 했다.

'절친' 김연경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다소 내향적인 성격의 김수지와 활발한 성격의 김연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수지는 "다행히도 역할을 나눠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서 "(김)연경이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는 데 있어 언질을 주거나 강약 조절에 대한 판단을 도와줄 때도 있다. 이대로면 시즌도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적잖은 성취감도 느낀다고. 김수지는 "후배들이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조언을 했을 때 바뀌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고맙다"면서 "무엇보다 밖에서 내가 잘 챙겨줬다는 얘기가 들리면 뿌듯했다"고 했다.

지난 2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친 흥국생명은, 올 시즌 다시 우승을 노린다. 리베로 신연경과 세터 이고은, 아웃사이드 히터 최은지를 영입했고 외국인선수도 투트쿠 부르주(191㎝), 아닐리스 피치(183㎝)를 영입해 높이도 보강했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건 '배구여제' 김연경의 우승 여부다. 김연경은 최근 몇 년 간 현역 은퇴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2시즌 연속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지난 시즌 종료에도 고민 끝에 현역 연장을 결심했다.

많은 이들이 김연경의 '마지막 우승'을 지켜보고 싶어 하기에, 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터. 하지만 김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든 팬들이 연경이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겠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도 모두 우승이 하고 싶다"면서 "누구를 위해서 우승한다기보다는, 다 같이 우승을 향해 나아간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우승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그건 '내가 이 팀에 어떤 식으로 보탬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