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왔던 걸 반복하면 발전 없다"…드래프트 현장서 노장이 전한 일침

김호철 IBK감독, 취업률 41% 보며 "시스템 바꿔야"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된 선명여고 최연진(가운데)이 김호철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해 왔던 걸 반복하면 발전 없다."

여자 프로배구 드래프트를 마친 노장 김호철(69) IBK기업은행 감독이 배구계 전체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호철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25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많은 선수들이 뽑히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더해 배구계가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46명이 신청, 수련 선수 3명을 포함해 총 19명이 프로의 선택을 받아 취업률 41.3%를 기록했다. 이는 2020-21시즌의 33.33% 이후 4시즌 만의 최저 수치이자 역대 최저 취업률 공동 3위다.

최근 한국 여자배구는 전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4강 이후 추락을 거듭, 한때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30연패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졌다.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관장 전다빈, IBK기업은행 최연진, 현대건설 강서우, GS칼텍스 이주아, GS칼텍스 최유림,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흥국생명 이채민. 2024.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새로운 얼굴들의 합류 등 긍정적 현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관중과 TV 시청률 등 흥행은 나날이 상승곡선이지만 정작 내실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프로팀 관계자들은 쓸 만한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고, 반대로 젊은 선수들은 프로 입성이 '바늘구멍'인 현실이 야속하다.

이 상황을 모르지 않는 김호철 감독은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신인들을 더 많이 뽑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의치 않아 아쉽다. 내년에는 프로팀들이 더 많은 선수를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렵게 프로 문을 두드린 신인이 있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들이 출전 경험을 쌓을 만한 마땅한 시스템과 환경이 부족, 다수의 선수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는 프로팀들은 신인 발탁을 꺼려 대표팀 세대교체가 더욱 더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호철 IBK 감독 2023.2.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배구계의 큰 어른이자 현재 프로팀 감독이기도 한 김호철 감독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에 해왔던 것을 계속 반복하면 발전이 없다"면서 "모두가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보다 획기적으로 방법으로 바꿔야한다. 초중고부터 더 많은 팀을 만들어서 저변 확대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딱 부러지게 대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는 배구계에 울림을 줄 만한 메시지다.

이어 김호철 감독은 "물론 프로팀 역시 노력해야 한다. 당장 챔피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도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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