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때문에 궁지 몰렸던 흥국생명 감독 "페퍼에 과일 바구니라도…"

현대건설 완파, 역전 1위 가능성…페퍼가 현건 잡아줘야
"페퍼전 패배, 아직도 생각 나…그래도 끝까지 싸워봐야"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흥국생명이 '선두' 현대건설을 완파하고 역전 1위 가능성을 살렸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이 역전극을 완성하기 위해선 페퍼의 도움이 필요해졌다.

흥국생명은 12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패했다면 현대건설에 정규리그 1위를 내줘야했던 흥국생명은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흥국생명은 27승9패(승점 76)로 현대건설(25승10패·승점 77)을 한 점 차로 쫓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승리 소감을 묻는 말에 "여전히 지난 경기 생각이 나서 기분이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페퍼에 1-3으로 패하면서 자력 1위 가능성이 사라졌다. 아본단자 감독은 여전히 이 패배를 잊지 못했다.

그는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승리를 최대한 누려보겠다"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거듭 여운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의 마지막 희망은 페퍼의 손에 달렸다. 흥국생명은 16일 열리는 GS칼텍스전에서 승리한 뒤 17일 현대건설-페퍼저축은행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페퍼가 현대건설을 잡아준다면 흥국생명은 기적 같은 역전극을 완성할 수 있다.

페퍼가 현대건설을 잡을 수 있을 지를 묻자 아본단자 감독은 "그건 나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페퍼에 과일 바구니라도 사서 보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남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면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잘 싸워봐야 한다. 1위가 되든, 2위가 되든 이긴 경기가 더 많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