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도 체감한 '윌로우 효과'…"활달한 'E' 윌로우, 완벽하게 제 몫"

외인 교체 후 4연승…감독도 "코트 내 태도 좋아져"
김연경 "실력도 출중해"…윌로우 "팀 에너지 역할 좋아"

흥국생명 윌로우 존슨. (KOVO 제공)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올스타 휴식기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달라진 점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트라이아웃제의 V리그에서, 리그를 좌지우지할 외인을 교체로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흥국생명의 새 외인 윌로우 존슨 역시 이미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2차례나 낙방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에이스 김연경도 입을 모아 '윌로우 효과'를 언급하고 있다. 윌로우가 가세한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을 넘어 '역전 우승'의 꿈을 키우게 됐다.

흥국생명은 12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4 25-18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수원체육관은 3834석의 관중석이 가득 들어찼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기도 했지만, 여자부 1-2위의 '빅매치'를 관람하려는 팬들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현대건설 홈경기가 매진된 것은 올 시즌 두 번째였다.

하지만 빅매치는 싱겁게 끝났다. 2위 흥국생명이 1시간30분만에 선두 현대건설을 완파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윌로우과 김연경이 동료들과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현대건설이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흥국생명이 준비를 잘 해왔고, 준비해온 경기력을 코트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 3, 4라운드 맞대결에서 연거푸 패했던 흥국생명은 앞선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역전 우승의 가능성도 키웠다. 흥국생명은 시즌 전적 22승6패(승점 62)로 이미 현대건설(21승7패·승점 65)보다 승수는 많고, 승점에서 3점 차이가 난다.

3, 4라운드와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인이었다. 흥국생명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긴 부진에 빠지면서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다.

이에 교체 칼날을 빼든 흥국생명은 윌로우를 영입했고, 이후 열린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다. 4경기에서 단 한 세트만 뺏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고, 이날 현대건설까지 격파하면서 앞선 경기력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인 윌로우는 현대건설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GS칼텍스의 지젤 실바처럼 파괴력을 갖춘 공격수는 아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테크닉은 있지만 압도적인 공격력을 가진 것 같진 않다"고 했다.

하지만 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다소 예민한 성격의 옐레나는 흥국생명과 결별하기 직전 코트 내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등의 모습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윌로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흥국생명 윌로우 존슨. (KOVO 제공)

경기 중 먼저 나서서 동료들을 독려하는가 하면,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몸을 날린다. 공격을 성공시킨 이후에도 크게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출한다. 팀 내 최고 공격수는 아니지만, 김연경, 토코쿠 레이나와 공격을 분배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아본단자 감독도 "윌로우가 합류하고 나서 선수들의 경기력, 코트 안에서의 태도가 좋아졌다"면서 "팀 정신이 잘 되고 있고, 경기 중 소통이나 리액션도 좋아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연경 역시 '윌로우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엔 MBTI(성격 유형 검사)에서 'I'(내향형) 성향이 대부분이라 소극적이고 나서는 걸 꺼려하는 선수들이 많다"면서 "윌로우는 '완전체 E'(외향형)다. 경기를 이끌고 주도적인 선수라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윌로우가 공격을 하고 있다. 2024.2.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단순히 '파이팅'만 좋은 것도 아니다. 김연경은 "기량 측면에서도 기대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서 "우리 팀엔 나도 있고, 레이나도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공격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레이나는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했다.

윌로우도 자신이 합류한 뒤 팀이 상승세를 타는 것에 기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우리 팀에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선수가 있다. 경기를 뛰는 것도 즐겁다"면서 "팀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 중 하나인 에너지를 내가 채워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어 "과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를 보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면서 "주변에 있는 굉장한 선수들과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도전을 받아들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