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업선수서 '우승팀 주전세터'로…이윤정 "통합우승 남았잖아요"
늦깎이 신인왕, 2년차 시즌 우승…"패패승승승, 실감이 안 나더라"
"'효희샘'같은 안정적인 세터 목표…다음 시즌도 예상 뒤엎었으면"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실업무대에서 뛰던 무명의 배구선수가, '늦깎이 신인왕'을 거쳐 V리그 우승팀의 주전 세터로까지 도약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윤정(26·한국도로공사)이다.
2022-2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역대급 명승부'로 꼽힌다. '언더독'이던 도로공사가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1, 2차전을 패한 뒤 내리 3연승으로 역전 우승을 성공하는 드라마와도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주포 박정아와 캐서린 벨, 노익장을 과시한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리베로 임명옥, 주장 배유나까지 도로공사의 저력을 이끈 '주역'은 많다. 하지만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으로 팀의 공격을 조율한 이윤정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21-22시즌에 데뷔해 이번이 겨우 2번째 시즌이었지만 이윤정은 흔들림없이 큰 경기를 잘 치러냈다.
이윤정은 "정신없이 경기를 치르다보니 우승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그제야 우승을 했다는 기쁨이 느껴지더라"며 웃었다.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한 이윤정은 원래대로라면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어야했다. 하지만 그는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실업리그 수원시청을 선택했다.
이윤정은 "프로에는 이미 워낙 잘하는 세터들이 많아서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기량을 성장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업무대를 가자는 결정을 했다"고 돌아봤다.
수원시청에서만 6년을 뛰며 기량을 갈고 닦은 이윤정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신인 세터'지만 이미 적지 않은 경험을 갖추고 있었기에 '즉시전력감'으로 활약했고 그는 만 25세의 나이에 '신인왕'을 받았다.
그리고 맞이한 2년차, 출전 시간을 양분하던 이고은이 떠나면서 이윤정은 확고한 주전 세터가 됐다. 실업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프로의 그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그는 "경기력도 그렇지만 많은 관중들 앞에서 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면서 "실업 때는 겪지 못했던 비판과 비난, 악플 등도 많기 때문에 멘털을 다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이윤정은 "안 좋은 것은 최대한 생각하지 않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면서 "감독님이나 언니들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자신감도 생겼다"며 미소지었다.
거의 풀타임을 뛰다 시피하며 정규시즌을 버텨낸 덕일까. 오히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보다 부담도 긴장도 덜했다고.
이윤정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지만 오히려 포스트시즌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면서 "감독님도 정규시즌 때는 많이 혼내셨는데, 포스트시즌에는 오히려 별 말 없이 맡겨주시더라"고 말했다.
사실 이윤정이 2년 전 프로에 입성하며 세운 유일한 목표가 바로 '우승'이었다. 그는 2년만에 '주전'의 자리에서 전에 없던 '리버스 스윕'으로 화려하게 목표를 달성했다.
이윤정은 "개인상보다는 팀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뤘다"면서 "신인상도, 우승도 쉽게 겪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운이 좋은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하지만 실력과 노력없이 '운'만으로는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 이윤정 역시 실업무대에서의 오랜 기다림과 프로무대에서의 노력, 그리고 적절한 '운'이 더해졌기에 지금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빠르게 목표를 일궈낸 이윤정은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이번엔 통합 우승이다.
그는 "오프시즌에 박정아, 정대영 언니들이 빠지면서 또 도로공사가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우리 팀은 5~6위 정도로 평가받던 팀이다. 다음 시즌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팀이 아닌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기복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베스트7 세터상이나 국가대표같은 목표도 세우고 싶지만, 결국 그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선 꾸준히 잘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면서 "중학생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효희샘'(이효희 코치)같은 경기 운영 능력과 안정감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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