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대뉴스 下] 회장과 감독이 국회로…고개 숙인 한국 축구
울산, K리그1 3연패…양민혁의 강원 준우승
돌아온 윤이나, KLPGA 평정하고 미국 무대로
- 이상철 기자, 김도용 기자, 권혁준 기자, 안영준 기자
◇ 축구대표팀…아시안컵 우승 좌절‧올림픽 본선 무산
(서울=뉴스1) 이상철 김도용 권혁준 안영준 기자 = 올해 한국 축구는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과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모두 고배를 마시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내로라하는 선수를 보유한 한국은 지난 1월 카타르에서 개막한 아시안컵에서 정상을 노렸다. 선수들은 1960년 이후 64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은 대회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고전 끝에 비겼다. 토너먼트에 돌입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를 힘겹게 제압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졸전 끝 요르단에 0-2로 완패, 중도하차했다.
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던 선수단 내부 잡음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 주장 손흥민과 새로운 에이스 이강인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다툰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팬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아시안컵 우승 무산의 아쉬움이 사라지기도 전에 한국 축구는 올림픽 탈락이라는 또 다시 큰 실패를 맛봤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해 펼쳐진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 나섰던 황선홍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시작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노렸던 한국 축구의 도전은 무산됐다.
◇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공정성 논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5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외국인 감독이 아닌 울산HD를 맡고 있던 홍 감독을 선임했는데,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여론은 '미리 짜인 각본'대로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힌 데다 제대로 면접 절차도 밟지 않는 등 특혜를 줬다며 들끓었다. 분노한 축구팬들은 홍 감독의 부임 첫 경기에서 박수와 환호 대신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기도 했다.
파장은 컸다.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 감독 선임 관련 관계자 등이 줄줄이 국회로 불려 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축구협회는 졸속 행정과 소통 부재로 "계모임보다 못한 조직"이라고 질타받았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 권한이 없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몽규 회장의 지시로 일 처리한 것을 두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정 회장은 "완벽하지 않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으나 불공정한 선임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축구팬과 정치권의 시선은 지금도 냉소적이기만 하다.
배수진을 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4승 2무로 B조 선두를 이끌며 어느 정도는 분위기를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 퇴진 압박에도 연임 도전 이기흥 체육회장‧정몽규 축구협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잇단 논란에 따른 퇴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한다.
이기흥 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압박에도 3선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016년 체육회장에 처음 취인함 이 회장은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강력한 당선 후보다.
하지만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 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체육계 안팎의 여론이 좋지 않다. 지난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도 받았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을 비롯해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단일화를 논의하는 등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선거인단 투표로 진행된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4선 연임을 노리는 정몽규 회장에 대한 시선도 부정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축구인에 대한 기습 사면을 진행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한 감사를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최소 자격정지 이상 요구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반발 속에서도 4선 도전에 나선 정 회장은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축구의 준비된 미래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12년 만에 진행되는 축구협회장 선거 경선에서 허정무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해설위원과 경쟁한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2025년 1월 8일에 진행되며 가장 많은 표를 받는 후보가 회장으로 당선된다. 당선자는 2025년 1월 2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돌아온 윤이나, KLPGA 무대 평정하고 미국 무대로
올해 골프계 최고 이슈는 윤이나(21)였다. 2년 전 오구 플레이 후 늦장 신고로 논란을 빚었던 그는,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했다.
윤이나는 올해 1승과 함께 대상(535포인트), 상금(12억 1141만 5715 원), 평균타수(70.0526타)까지 주요 3개 부문 타이틀을 독식하며 KLPGA투어 역대 12번째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복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남아 있었고 '실전 감각 저하' 우려도 있었지만 윤이나의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그는 꾸준한 성적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시즌이 끝난 뒤엔 더 큰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윤이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파이널 무대에서 최종 8위를 기록하며 25위까지 주어지는 2025시즌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국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미국 무대에 나서는 윤이나는 내년 '태극낭자 군단'의 선봉에 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남자 골프에선 '신성' 장유빈(22)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대상, 최저타수상, 최고 상금, 톱10 피니시상, 장타상, 기량발전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장유빈은 시즌이 끝난 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리브(LIV) 골프에 진출, 한국 선수 1호 리브 골프 선수 타이틀을 달게 됐다.
'탱크' 최경주(54)는 5월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만 54세 생일에 우승을 차지,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썼다.
이어 7월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더 시니어 오픈에서 한국인 사상 최초의 시니어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또 한 번 역사를 써 내려갔다.
◇ 울산, K리그1 3연패, 양민혁의 강원 준우승…전북은 겨우 잔류
프로축구 K리그1에선 울산HD가 우승을 차지, 리그 3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한때 '만년 2위'라는 아쉬운 별명이 있었던 울산은 이번 우승으로 K리그에서 역대 4번째로 3연패를 달성, 이견이 없는 새로운 '왕조'를 구축했다.
K리그에서는 일화 천마(1993~1995년)가 처음으로 3연패를 기록했다. 이후 성남 일화(2001~2003년), 전북 현대(2017~2021년)가 3연패에 성공했던 바 있다.
울산은 시즌 중반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김판곤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는 등 변수가 발생,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럼에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제는 완벽하게 '위닝 멘털리티'와 '우승 DNA'를 갖춘 모습이다.
울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 조현우는 K리그1 MVP를 차지했다. 골키퍼의 MVP 수상은 2008년 이운재 이후 1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준우승은 '고교생 K리거' 양민혁을 앞세운 강원FC가 차지했다. 강원은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양민혁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울산과 함께 K리그 '절대 2강'으로 불리던 전북은 자존심을 구겼다. 전북은 시즌 중반 최하위까지 처지는 굴욕 끝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하고 김두현 감독을 선임해 새롭게 출발했지만, 큰 반전 없이 하위권을 전전했다.
결국 전북은 창단 후 처음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간 데 이어 처음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경험했다. 서울 이랜드를 상대로 치른 승강 PO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잔류해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으나 이미 상처가 큰 시즌으로 남았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의 '동해안더비'로 결승전이 치러졌던 코리아컵에선 포항이 우승,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대회 역대 최다 우승(6회) 대기록을 일궜다.
K리그2에선 FC안양이 1위를 차지, 2013년 창단 후 처음으로 1부리그 승격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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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4년 스포츠계는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예상을 깨고 금메달 13개와 함께 종합 8위에 오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격 김예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떠올랐고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후 협회 부조리를 폭로하는 작심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최고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KIA 타이거즈는 슈퍼스타 김도영을 앞세워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계는 홍역을 앓았다. 아시안컵 4강 탈락, 올림픽 본선 좌절, 클린스만 감독 경질,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퇴진 압박에도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까지. 1년 내내 많은 뉴스가 쏟아진 2024년 스포츠계를 되돌아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