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강등'은 피한 전북, 잊고 싶겠지만 잊어선 안 될 2024년
9회 우승 팀이 이번 시즌 창단 첫 승강 PO 수모
- 안영준 기자
(전주=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승리하며 잔류,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전북에 2024년은 '잊고 싶겠으나 잊어선 안 될' 굴욕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서 2-1로 이겼던 전북은 합산 스코어 4-2로 앞서, 가까스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났다.
돌풍의 팀 서울 이랜드는 창단 10년 만에 첫 승격을 노렸으나, 1·2차전 모두 한 골 차이로 패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살얼음 승부에서 승자가 됐지만 전북은 이번 시즌 내내 행복하지 못했다.
전북은 K리그1에서 역대 최다 우승(9회)을 보유한 명문이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회 연속 정상을 유지한 K리그 최강팀으로 꼽힌다.
하지만 2022년 2위, 2023년 4위로 정상을 놓치더니 이번 시즌에는 아예 창단 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까지 내려갔다. 심지어 스플릿 라운드에서도 큰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10위를 기록, 승강 PO까지 내몰렸다.
시즌 초반만 해도 올해 전북이 강등권에서 허덕일 것이라 예상한 팀은 없었다. 지난 2년 간의 순위만으로도 이미 자존심이 상했던 전북은 올해 이적시장서 권창훈, 이영재, 김태환, 티아고, 이재익, 에르난데스 등을 영입, 의욕적으로 스쿼드를 꾸렸다.
하지만 초반 꼬인 실타래를 시즌 막바지까지도 풀지 못한 게 결국 힘든 시간으로 이어졌다.
우선 개막 후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이 추구하려는 축구가 선수단과 엇박자가 나면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았고, 기대를 모았던 영입생들이 장기 부상을 당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전북은 4월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후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서 몇 차례 잡음을 내며 박원재 감독대행의 부임 기간이 길어졌다. 위기를 느낀 전북은 제대로 반등하기 위해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감독 없이 추락하는 팀을 더 오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북은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5월 말, 김두현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나 신임 사령탑도 초반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새출발 후에도 못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더 흔들렸다. 리드를 잡고 있어도 불안했다. 변수 속에서도 어떻게든 결과는 놓치지 않았던 '잘 나가던 때'의 전북 DNA가 실종됐다.
이는 시즌 내내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막판 생존을 조기 확정할 기회였던 하위 스플릿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팬들은 성적뿐 아니라 공격력을 잃어버린 팀을 향해 "닥치고 공격(닥공)"이라는 쓴소리를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승강 PO에선 승리를 챙겼다는 점이다. 전북은 중압감 큰 무대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두 경기 모두 2골씩 터뜨리며 서울 이랜드의 도전을 뿌리쳤다.
전북으로선 이번 시즌 내내 실타래를 풀지 못했던 아쉬움을 통해 다음 시즌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두현 감독은 경기 전부터 "내년 반등을 위한 첫 단추가 오늘부터"라면서 "남들보다 올해를 2주 늦게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시즌을 2주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부 강등'이라는 믿기 힘든 가정이 현실이 될 뻔 했던 2024년을, 전북은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tr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