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장 도전 선언 허정무 "외부 압박 있지만 두렵지 않다"
"정몽규 회장, 존경하지만 이제는 협회 바뀌어야"
"박지성·이영표 등 후배들이 일할 환경 만들 것"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정몽규 회장을 보좌했던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4선 도전이 유력해 보이는 정 회장과 대결이 불가피한데, 허 전 이사장은 "지금도 외부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귀담아듣지 않고 도전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허 전 이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열흘 전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는 허 전 이사장은 "처음에는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다 축구협회가 흔들리고 있는데 축구인이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축구인을 대변해서 나서야 한다고 느꼈고, 이렇게 작게나마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 의사를 표명한 뒤 '네가 감히 출마하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난 두렵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는 최근 사면 파동,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근무 행태, 홍명보 감독 선임 불공정 절차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사상 초유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았고, 국정감사 대상에 올라 협회장과 축구대표팀 감독 등 주요 축구 관계자가 국회로 불려 가기도 했다.
정 회장의 리더십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허 전 이사장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축구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면서 축구협회 집행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허 전 이사장은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행정 업무에 집중했는데, 2013년 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정 회장 집행부의 일원이 됐다. 그는 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책임을 지고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4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정 회장과 대척점에 선 전 이사장은 "성실하고 일에 몰두하는 정 회장은 축구에 대한 열정도 넘쳐 존경하는 분이다. 미워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현재 축구협회는 행정상 난맥이 있었다. 여러 불거진 문제점의 근본 원인도 독단 운영과 미흡한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를 비롯해 각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협회장이 감독을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협회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인 출신 정 회장과 차별성에 대해서는 "내 장점은 유스부터 프로까지 축구 현장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이다. 우리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인 화합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허 전 이사장은 "각자 의견이 엇갈릴 수 있으나 대의를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통합과 화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나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발로 뛰어다니겠다. 권위와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여러 의견을 귀 기울여 듣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허 전 이사장은 리그 존폐 위기에 처한 여자축구 발전, 계약이 만료된 파주 트레이닝센터 재사용, 천안축구센터 건립 재원 마련 등에 대해서도 "효율적 방안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오는 12월 12일까지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되고,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 기간을 거쳐 내년 1월8일 투표가 진행된다.
허 전 이사장은 선거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한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만약 내가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그리고 나는 징검다리 역할이라 생각한다. 똑똑하고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마음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장에 당선되면 이영표, 박지성 등 지도했던 제자들과 함께 행정 일선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영표, 박지성 등 젊은 인재들이 협회에서 잠깐 일하다가 나갔다. 들러리 역할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계속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rok195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