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도 격려도 없이 정적만…'생존왕'이 처음 강등되던 날

인천, K리그1 12위 확정…2025년은 2부에서
전달수 대표이사는 사퇴 표명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1-2로 석패한 인천 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인천=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의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처음으로 강등되던 순간, 인천축구전용구장은 야유도 격려도 없이 정적만 가득했다.

인천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졌다.

이로써 인천은 8승12무17패(승점 36)를 기록,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하위가 확정되며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인천의 강등을 의미하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 관중석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2003년 창단,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승강 플레이오프조차 경험하지 않았던 '생존왕' 인천의 '새드엔딩'을 팬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K리그서 응원 열기가 높기로 유명한 팀 중 하나인 인천 팬이지만 그 순간에는 아무런 노랫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여름 그라운드에 물병을 투척해 논란이 됐을 만큼 과격한 팬이기도 한데, 이날은 작은 야유나 탄식조차 없었다.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1-2로 석패한 인천 무고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인천은 이날 패배로 K리그1 최하위를 확정, 창단 첫 강등 수모를 맛봤다. 2024.1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팬들 앞에 도열한 인천 선수들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1만 관중과 선수 사이에 묘한 침묵이 생겼다.

한참 후에야 인천 주장 이명주가 마이크를 잡고 침묵을 깼다. 이명주가 "여기 계신 여러분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더 노력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울먹이며 인사하자, 작은 박수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이를 시작으로 선수들은 팬에게 고개 숙였고 팬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등의 아픔을 곧바로 씻어내기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인천 무고사와 델브리지 등은 유니폼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훔쳤다. 응원석의 어린이 팬도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1-2로 석패한 인천 선수들이 홈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2024.1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선수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뒤에도 침울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눈이 붉게 충혈된 전달수 인천 대표는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로서 인천시민들과 인천을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선수와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준 건 모두 구단 대표의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인천의 무고사는 "내 축구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슬픈 날"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인천 김도혁 역시 "마지막까지 믿어준 팬들에게 행동으로 만회하고 싶다. 지금으로선 감사하다는 말밖에 못 드릴 것 같다. 팀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울먹였고, 목이 메어 인터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매년 겨울마다 기적의 파티를 열었던 '생존왕'이었지만 이날 인천 축구장은 잔인하리만치 조용했다.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1-2로 석패한 인천 최영근 감독이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인천은 이날 패배로 K리그1 최하위를 확정, 창단 첫 강등 수모를 맛봤다. 2024.1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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