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과 기성용이 본 린가드 "헌신하는 슈퍼스타"
EPL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서울 입단해 화제
완벽 적응하며 팀 반등 견인…"한국인 다 됐다"
- 이상철 기자
(구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완전히 한국 사람이 다 됐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스타 플레이어' 제시 린가드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30일 경기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린가드가 슈퍼스타 아닌가. 시즌 전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서울 구단의 전용 게이트가 어디 있냐고 묻더라. (유럽 무대에서) 전용기를 타고 다녔던 그로선 특권이 없는 이런 환경이 낯설었을 것"이라며 "그랬던 선수가 지금은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2월에 서울 유니폼을 입은 린가드는 이번 시즌 K리그 최고의 화제였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췄다. 그런 린가드가 지구 반대편의 K리그에 도전하자, 현지 매체에서도 주목받았다.
다만 린가드는 시즌 초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서울 입단 전 9개월 동안 소속 팀이 없어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체력적으로 준비도 안 됐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쳐 부진했다. K리그 무대를 만만하게 보고 설렁설렁 뛰려던 마음도 있었다.
노련한 김 감독은 그런 린가드의 정신 상태를 모르지 않았다. 시즌 세 번째 경기인 3월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마친 뒤 "교체 선수가 90분 뛰는 선수보다도 못 뛰면 축구선수도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린가드를 질책했다.
이 회초리는 린가드의 축구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됐다. 정신이 번쩍 든 린가드는 자기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고.
린가드는 6월부터 풀타임을 소화할 만큼 컨디션이 올라왔고 서울의 반등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을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리더가 됐다.
김 감독은 "린가드가 리더로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칭찬했다.
기성용도 헌신하는 린가드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기성용은 "린가드가 개인보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스타 플레이어가 낯선 땅에 와서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해 왔다"며 "역시 괜히 훌륭한 선수가 아닌 것 같다"고 엄지를 들었다.
린가드는 자신이 연착륙할 수 있게 도와준 김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K리그가 이렇게 터프하고 힘든 리그라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선수가 많이 뛰고 격렬하게 부딪히고 최선을 다한다"며 "솔직히 쉬운 마음으로 왔던 게 사실인데 감독님의 매서운 비판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 스타일에 적응해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님은 선수 관리를 정말 잘하고 축구에 대한 이해가 높다. 나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축구뿐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감독들 밑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며 "감독님은 매 경기 명확한 계획을 보여준다. 시즌 중반부터는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이해하고 즐기는 단계가 됐다"고 전했다.
린가드의 K리그 첫 시즌도 이제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시즌을 돌아보면서 "K리그가 이번 시즌 많은 발전을 이뤘다. 전 세계에 K리그를 알리는 첫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와 프런트 등 축구 산업에 일하는 사람이 더 노력한다면 K리그는 더 멋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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