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해도 되겠지" 생각했던 린가드를 정신 번쩍 차리게 한 채찍은
김기동 감독 일침 이후 기대한 모습 펼쳐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제시 린가드가 시즌 도중 김기동 감독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명문 클럽에서 뛴 스타플레이어로, 이번 시즌 서울에 입단해 국내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선수다.
하지만 린가드는 서울 입단 전 9개월 동안 소속 팀이 없어 경기 감각이 떨어졌던 데다 부상까지 겹쳐 초반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도 풀타임조차 뛸 수 없는, 사실상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원이었다.
린가드는 16일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솔직히 말하면 무의식 중에 조금 쉬엄쉬엄해도 될 거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노련한 김기동 감독은 그런 린가드의 정신 상태를 모르지 않았다.
지난 3월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끝난 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교체 투입했던 린가드를 다시 빼려고 고민했다. 교체 선수가 90분 뛰는 선수보다도 못 뛰면 축구선수도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린가드를 질책했다.
세계적 스타가 K리그 감독에게 굴욕적 질타를 받은 소식은 해외 매체를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린가드는 김기동 감독의 질책이 큰 변곡점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그 말을 듣고 시쳇말로 열이 받았고,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면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둘 사이의 불화설까지 나올 정도로 걱정의 목소리가 컸던 당시 김기동 감독의 발언은, 이후 린가드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린가드는 풀타임을 소화할 만큼 컨디션이 올라왔고, 6월 K리그 데뷔골을 시작으로 5골을 몰아쳤다. 또한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 완장까지 차는 등 선수단의 리더가 됐다.
린가드는 파이널 라운드를 앞둔 A매치 휴식기 동안 딸을 만나러 영국행 비행기를 예약했으나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 위해 티켓을 취소할 정도의 열의까지 보이고 있다.
린가드는 "김기동 감독의 당시 발언은 내게 큰 변화를 줬다. 지금은 김기동 감독과 아주 친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끈끈한 사이"라면서 "EPL에 있을 때에도 (나와) 일대일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감독 밑에서 좋은 모습이 나왔다. 지금의 상황에 아주 만족한다"며 웃었다.
한편 린가드를 앞세운 서울은 20일 오후 3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FC와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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