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몽규 회장 '월권' 지적 "권한 없는데 클린스만과 면접"

감사 발표 "전강위 무력화…이사회 절차도 누락"

13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4:0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때부터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면서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 최근 두 번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규정 위반과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운영 실태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감사를 결정했고 두 달간 해당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날 먼저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중간발표를 먼저 진행했는데, 불공정한 절차 속에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물론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도 축구협회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체부는 감독 후보군을 놓고 최종 후보자를 선별하는 전강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다고 파악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2023년 1월 당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전강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이들과 접촉했다. 전강위 위원은 첫 회의 때 축구협회로부터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후보 5명에 대한 1차 면접은 뮐러 위원장이, 최종 후보 2명에 대한 2차 면접은 정몽규 회장이 진행했다"며 "전강위 위원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이 체결된 뒤에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전강위 위원은 처음부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개입'한 부분은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여름 출간한 자서전 '축구의 시대'를 통해 "뮐러 위원장이 (2023년 2월) 최종적으로 올린 (대표팀 사령탑) 복수 후보는 클린스만과 잉글랜드 명문 클럽을 지도했던 유명 지도자였다. 나는 이 두 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했다.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2차 면접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회장이 최종 후보자와 화상 인터뷰를 한 것은 면접이 아닌 의견 청취를 위한 면담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는 회장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 최종 면접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 평가 결과가 불투명하다. 또한 협회 이사회의 선임 절차를 누락한 채로 선임을 강행했다"고 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