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출신 린가드도 한숨 쉰 K-잔디 "정말 심각한 수준"
양 팀 감독도 한 목소리로 "환경 개선돼야" 쓴소리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공격수 제시 린가드가 한국의 축구장 잔디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린가드는 후반 21분 터진 일류첸코의 결승골을 코너킥을 어시스트하며 K리그에서의 첫 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의 화두 중 하나는 잔디 상태였다.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포함한 국내 주요 축구장은 잔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과 폭우 등으로 잔디가 크게 훼손, 흙이 고스란히 보이고 지면이 고르지 못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최근 A매치를 소화했던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을 정도다. 논란 끝에 10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홈 경기를 서울이 아닌 용인으로 옮겨 치르기로 했다.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여러 차례 복구 작업을 했지만 이날도 여전히 잔디 상태는 엉망이었다. 선수들이 불규칙 바운드에 공을 놓치고 방향을 꺾으려다 넘어지는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린가드는 통역의 질문을 듣던 중 이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잔디 수준이 심각하다"면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그라운드가 좋기 때문에 공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선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공을 잘 잡아두는 데 신경 써야 할 환경"이라고 쓴소리 했다.
이어 "서울이 정말 멋진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좋은 컨디션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잔디 때문에 졌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환경이 더 좋아진다면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양 팀 사령탑들도 잔디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수원FC의 김은중 감독은 "잔디만 좋았다면 골을 넣었을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안데르손이 좋은 찬스를 맞았지만 불규칙 바운드가 워낙 커 놓쳤다. 우리뿐 아니라 서울도 잔디 때문에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경기력을 위해 모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홈팀인 서울의 김기동 감독 역시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그라운드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안 다친 게 다행"이라면서 "환경이 열악해 좋은 퀄리티의 경기가 나오기 힘들었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하는데, 정말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tr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