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선수 아내 SNS에 욕설 도배…축구 팬들의 비난, 도 넘었다
협회와 홍명보 향한 불만 별개로 정도 지나쳐
캡틴 손흥민 "우리끼리 적이 되지 말자" 당부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응원을 부탁하고 돌아서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에게 야유가 날아들고, 자책골을 기록한 정승현(알와슬)에게는 아내 SNS까지 찾아가 욕설 댓글을 남겼다. 축구 팬들의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군'인 축구 팬들의 야유와 비난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대표팀은 9월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2차전서 1승1무(승점 4)를 기록, B조 2위에 자리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10일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2차전에선 3-1로 이겼다.
팬들은 선임 과정서 논란을 빚은 홍명보 감독과 이 과정에 관여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향해 불만이 많다.
팔레스타인전에서 나온 대부분의 야유가 홍 감독과 정 회장을 향한 것이기는 했지만, A매치 홈 경기에서 응원이 아니라 욕을 들으면 뛰는 선수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 김민재가 경기 종료 후 응원석 앞으로 다가가 "(야유 아닌) 응원만 부탁드린다"고 직접 요청했으나, 돌아온 건 일부 팬들의 야유였다. 이에 김민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상대가 아닌 '우리끼리'의 다툼으로 파장은 더 커지고 말았다.
붉은악마는 "선수들이 아닌 홍 감독과 정 회장을 향해서만 야유했다. 김민재가 오해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김민재를 포함해 선수들이 충분히 서운함을 느낄 만큼 큰 야유가 나왔다.
붉은악마를 포함한 한국 팬들이 대표팀 홈 경기서 야유를 퍼붓고, 그 과정서 선수와 붉은악마가 실랑이를 벌인 것 모두 전례 없던 초유의 사태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뉴스1'에 "현장에서 직접 보고 깜짝 놀랐다. 축구장은 전쟁터인데 12번째 선수라는 우리 팬들이 우리 팀 장군과 선수들에게 야유를 하는 걸 보고 당황했다. 선수들은 위축되고 상대 선수들은 기가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경기장 외 (메시지를 전달할) 공간과 시간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싸우는 선수들에게 운동장에서 만큼은 많은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만전에서 정승현이 자책골을 기록하자, 팬들은 정승현 아내의 SNS로 몰려가 악플을 달았다.
프리킥을 막으려던 정승현으로선 의도하지 않은 불운한 실수였는데, 팬들은 "남편분 은퇴 좀 시켜라" "또 너냐, 지긋지긋하다"는 등의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정승현은 그동안 악플에 마음고생해 개인 SNS를 닫은 상태였는데, 팬들은 "계정을 막아놔서 여기 댓글을 남긴 게 엊그제 같은 데 잊을 만하니 또 이런다"는 메시지를 아내에게 전하며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주장 손흥민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손흥민은 앞서 붉은악마의 야유 등으로 대표팀 선수들이 힘들어하자 "우리끼리 적이 되면 안 된다. 어렵겠지만 팬들의 많은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며 응원을 부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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