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홍명보 감독 "졸전에 죄송…야유는 내가 견뎌내야"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 팔레스타인과 0-0 무
10일 오만과 원정 2차전…"선수들 컨디션이 중요"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에서 졸전을 펼친 것에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약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긴 뒤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했다. 축구팬들의 기대가 컸을 텐데 승리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3차 예선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무대다. 한국이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묶인 B조에서 홈 앤드 어웨이로 총 10경기를 치러 조 2위 안에 오르면 북중미행 티켓을 획득할 수 있다.
첫 경기 결과가 매우 중요했는데, 한국은 답답한 경기만 펼쳤다. 몇 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반격에 쩔쩔매기도 했다.
홍 감독은 "전·후반전의 경기 양상이 달랐다. 전반전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공격 시 반대로 전환하거나 패스 속도가 더 빨라야 했지만 그렇게 못했다. 밑으로 내려간 상대를 공략하려면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 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후반전 들어서는 개선했고 몇 번의 득점 기회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쉽다"며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선수단을 감쌌다.
이날 경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5만9579명이 경기장에 운집한 가운데 축구팬들은 홍 감독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홍 감독이 중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고, 경기 중에도 큰 소리로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축구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건 내가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서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 7일 오전 오만 무스카트로 출국,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오만과 3차 예선 2차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내일부터 (오만전을) 다시 준비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특히 유럽파의 경우 소속팀에서 경기하고 곧바로 소집, 팔레스타인전까지 뛰면서 체력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점검해 선발 조합을 짜겠다"고 설명했다.
졸전 속에서도 번뜩이는 플레이로 공격 기회를 창출한 이강인에 대해서는 "후반전에 전술 변화를 줬고, (자유도가 올라간) 이강인이 창의적 패스를 몇 차례 했다. 짧은 소집 기간에 준비한 패턴이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은 물론 손흥민, 황희찬 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상의 활용 방안을 만드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숙제인데, 해법을 잘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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