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함 밝힌 박지성 "누군가 빨리 결단해야, 선배로서 미안하다"
정몽규 회장 향해 직격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아쉬움도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43)이 최근 축구 대표팀 사령탑 선임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참담함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이례적으로 "누군가 결단을 빨리 내야 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축구 유소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지성은 12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해설과 축구 강좌를 결합한 기획 프로그램, 'MMCA 플레이'를 마친 뒤 최근 감독 선임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축구협회의 무너진 체계를 바로 세울 것이란 기대는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며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행정적인 절차를 밟는다고 했을 때 팬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한축구협회의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홍명보 감독을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새로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공석이었던 수장 자리는 5개월 만에 주인을 찾았으나 오히려 축구계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두 번이나 임시 감독을 뽑아 시간을 벌어놓은 뒤 명망 있는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처럼 보였던 협회의 선택은 결국 돌고 돌아 홍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도 줄곧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다 이를 뒤집고 지휘봉을 잡으며 큰 비판에 직면했다.
박지성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이라며 "우리가 이거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쉬움이 크다. 축구인으로서 슬픈 상황.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박지성은 "가장 슬픈 것은 뭐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며 "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러한 답을 받았다는 것이 참담하다.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협회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자가 아니라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절차대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면서 "지금은 사실을 말해도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선배이자 축구인인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과연 감독을 선임한 뒤 이런 상황이 나온 적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대표팀의 위기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 진짜 위기다.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많은 비판을 받는 정몽규 협회장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 해결책을 빨리 내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표팀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기대감은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것을 새로 다시 하나부터 쌓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홍 감독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새 감독이 왔을 때 기대감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한 감독은 처음"이라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안은 결과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 선배이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박지성은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해야 했는데"라며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로 구성된 이 시기에 그걸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 축구인들뿐 아니라 팬들도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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