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은 근조화환, 축구인은 직격탄…홍명보호, 출항 전부터 휘청

"클롭급 감독 아닌 클럽 감독 빼갔다" 비난
박주호·이영표 협회 무능한 행정 비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News1 DB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사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여론이 들끓고 있다. 축구팬은 물론 축구인까지 나서서 선임 과정과 결과를 강도 높게 비판, 홍명보호는 출항도 하기 전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역 K리그 감독을 빼온 축구협회와 소속팀에 남겠다는 말을 바꾼 홍 감독을 향해 맹렬하게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 뒤인 8일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각종 평가 지표에서, 홍명보 감독이 외국인 감독보다 낫다고 판단했다"며 선임 배경을 설명하자 팬들의 반응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축구팬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만든 한 편의 사기극"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지적했고, 일부는 홍 감독을 향해 '통수' '배신자' '거짓말쟁이' 등 격한 표현으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팬이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근조화환/뉴스1ⓒ 뉴스1 김도용 기자

한 팬은 축구협회로 '홍명보와 아이들 시즌2, 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돌아갈 것인가요!'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소식을 전한 축구협회 소셜미디어(SNS)에도 비난 내용이 담긴 댓글이 6000개 이상 달렸다.

협회의 무능한 행정을 꼬집으면서 "클롭급 감독을 데려온다더니 클럽 감독을 빼왔다" "5개월 동안 헛수고를 했다"고 혀를 찼다.

앞서 정몽규 회장이 "(감독을) 누구로 뽑더라도 여론은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맡든지 반대하는 여론이 55%일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던 걸 빗대며 "이게 55% 반대 여론인가? 99%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게 된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도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규탄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는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폭로했다. ⓒ News1 DB

축구인도 목소리를 높여 협회를 향해 날 세워 비판했다. 먼저 직격탄을 날린 축구인은 5개월 동안 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으로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한 박주호였다.

박주호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감독 선임 과정의 뒷이야기를 폭로,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박주호는 "회의 시작도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아?' 하는 대화로 벌써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협회가 국내 감독을 원하는 것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하고, 국내 감독을 세세하게 살펴보자고 했는데 외부적으로는 외국인 감독을 원하는 것처럼 하더라.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님이 안 한다고 계속 이야기했기에, 나도 아닌 줄 알았다"며 "결정은 협회에서 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을 필요가 없다.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고 탄식했다.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 ⓒ News1 DB

박주호의 국가대표 선배이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도 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9일 KBS, JTBC와 가진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K리그 팬들이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협회가 좋은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이영표 해설위원은 "협회가 행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날 포함해 축구인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축구인은 행정을 하면 안 되고 일선에 사라져야 한다"고 한탄했다.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세운, 흔들리는 홍명보호를 감싸야 할 협회는 정작 입을 닫았다. 협회는 비밀유지 서약을 깬 '내부자' 박주호의 폭로에 대해 반박만 했을 뿐, 다른 무수한 비판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