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준호 '울컥'…"아내가 다시 축구하는 모습 보고 싶다 했는데"
중국 공안에 10개월 동안 구금된 뒤 풀려나
"실패 아닌 시련…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뎠다"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중국 공안에 구금됐다가 어렵사리 풀려난 뒤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손준호(32·수원FC)가 북받치는 감정에 울컥했다.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아내의 소원을 성취하게 해준 남편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손준호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FC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15분 교체 출전해 추가시간을 포함해 35여분을 뛰었다.
2014년 프로 데뷔한 손준호의 K리그 통산 186번째 경기는 어느 때보다 더욱 특별했다. K리그에서 다시 뛰기까지 무려 1329일의 시간이 걸렸는데, 몸과 마음고생이 심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손준호는 2020년 전북 현대의 K리그1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뒤 승승장구했다. 산둥 타이산(중국)으로 이적한 뒤에도 맹활약을 펼친 손준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그려가던 손준호의 축구 인생에 큰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중국 공안에 구금돼, 축구는 물론 일상적인 삶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외부와도 소식이 단절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손준호는 지난 3월 풀려나 국내로 돌아왔고, 그라운드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주 수원FC에 입단했고, 이날 경기에서 후반 15분 강상윤 대신 투입했다.
손준호가 K리그 경기를 뛴 것은 전북 소속이던 2020년 11월 1일 대구FC전 이후 1329일 만이다. 구금되기 직전까지 산둥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던 그는 1년 1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팀은 0-3으로 완패를 당했지만 손준호는 오랜 공백에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건재함을 보였다.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손준호가 교체로 들어가 (중원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줬고, 그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 후 손준호는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구금됐을 때) 축구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뎠는데, 그 노력을 보상받았다"며 "난 실패가 아닌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축구팬이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는데, 앞으로 경기장에서 그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2만5175명의 팬은 손준호가 그라운드에 들어갈 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손준호는 "많은 관중 앞에서 1년 만에 다시 경기한다는 것이 떨렸다.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다. 앞으로 경기를 뛰면서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7월이 지나고 나면 그래도 80~90% 정도를 회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축구공을 차는 것이 손준호에겐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1년 가까이 가장 익숙한 일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축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감과 불안감도 컸다고 고백했다.
손준호는 "축구는 내게 일상이었는데, 나한테 다시 못 돌아올까 봐 걱정이 많았다. 이렇게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이 꿈을 이룬 오늘은 절대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며 웃었다.
수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지만 손준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존재는 가족이었다. 그는 "아내는 내가 축구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소원이 이뤄져서 기쁘다"며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남편과 아빠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손준호는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다음에는 수원FC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겠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선수 중 가장 팀에 보탬이 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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