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랑한 '디그니티'로 피해자를 징계"…뿔난 서울 팬 축구회관서 시위

'물병 투척' 관련해 GK 백종범 제재금 700만원

축구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서울 팬 김찬희씨 ⓒ News1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팬인 20대 김찬희 씨가 17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물병 투척' 징계와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씨는 지난 16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서울에 내린 징계가 부당하고 판단, 축구회관 앞에 피켓을 들고 자리했다.

지난 11일 인천과 서울의 경기가 서울의 2-1 승리로 끝난 뒤 서울 백종범 골키퍼가 인천 응원석을 향해 포효했는데 이에 분노한 인천 팬 100여명이 그라운드 안으로 물병을 투척했다.

상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인천에는 제재금 2000만원과 응원석 5경기 폐쇄, 백종범에게는 700만원의 제재금을 각각 부과했다.

조남돈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관에서 '물병 사태'와 관련 징계여부를 검토하는 상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징계가 발표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서울 공식 서포터스인 수호신은 아찔한 사고를 만든 인천에 내려진 징계와 비교해 백종범이 받는 징계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팬들의 물병 투척으로 수원 삼성이 500만원, 지난해 9월 심판에게 이물질을 던진 사고로 대전 하나시티즌이 1000만원의 제재금을 각각 받았던 바 있다.

상벌위 당시 일부 위원들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백종범 선수는 왜 출석하지 않았느냐. 징계 대상인 선수가 팀 훈련 때문에 상벌위에 오지 않는다는 건 연맹 디그니티(존엄성)를 무시하는 행위다. 구단에서 이런 점은 더 신경 써야 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상벌위 불참이 괘씸죄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인천과 서울의 경기 도중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찬희 씨는 "알랑한 '디그니티'에 피해자 징계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백종범 징계 취소하라"는 문구를 피켓에 적었다.

김찬희 씨는 '뉴스1'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징계라고 생각해 빨리 행동으로 옮겼다"면서 "단순히 포효만 했다고 700만원의 벌금을 매기는 건 이전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부당하다. 음주 운전이 400만원, 홍염 투척이 500만원인데 승리 후 포효를 한 게 700만원이라면 불합리한 징계"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수호신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징계에는 형평성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판례가 없던 내용에는 과분한 징계를 내리고 판례가 있던 건에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징계와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선수들이 아닌 물병을 투척한 당사자"라며 분노했다. 아울러 수호신은 백종범에게 내려진 제재금을 대신 내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찬희씨는 "내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아마 모든 서울 팬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면서 "K리그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3라운드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서울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4.3.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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