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선배들의 걱정…"최악의 한국 잔디, 선수들이 위험하다"

인천·울산 방문한 남태희 "부상 당할까봐 걱정"
이청용 "잔디 상태가 좋아야 경기력도 향상"

울산 HD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 경기가 펼쳐진 울산문수축구경기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들이 최악의 그라운드 환경에 대해 쓴소리했다. 경기력 향상은 둘째치고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카타르, 일본 등 해외에서 프로 생활을 한 남태희(33)는 지난해 여름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 입단한 뒤 두 차례 K리그 원정을 왔다. 지난해 11월 28일 조별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치렀고, 5개월 뒤인 지난 17일에는 울산 HD를 상대로 4강 1차전을 뛰었다.

남태희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들이었다. 국내 팬들 앞에서 뛰어 기쁘기도 했지만, 경기장의 형편없는 잔디 상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남태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천과 원정 경기 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안 좋아서 놀랐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매주 이런 잔디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운이 좋게 카타르, 일본 등 잔디 상태가 좋은 경기장에 선수 생활을 했다. 그래서 한국 경기장 잔디의 심각성을 더욱 느꼈다"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니까 놀랍고 신기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 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오랜 시간 언급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K리그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더욱 나빠졌고, 선수들도 수준 높은 경기력을 펼치기 어려워 아쉬움을 남겼다.

K리그 경기만의 문제도 아니다. 안방에서 국제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축구대표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2연전 때도 잔디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고르지 못해 선수들이 공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잔디는 최고의 상태를 선보였다.

지난해 잔디 복구 작업을 한 서울월드컵경기장.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둔 FC서울의 기성용(36)이 "상암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곳이다. 최근 경기장 잔디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K리그 발전을 위해 잔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기성용의 절친인 이청용(37‧울산)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이청용은 요코하마와 4강 1차전을 마친 뒤 "남태희와 나눈 첫 대화가 잔디였다. 상대 선수인 (남)태희와 미야이치 료가 '잔디 상태가 왜 이렇게 좋지 않냐'는 것이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한국에 온 지 4년째인데, 매번 경기를 뛸 때마다 잔디의 문제를 느낀다.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다녀보면 한국보다 날씨가 더 안 좋은 다른 국가도 잔디 상태는 훨씬 좋다"고 짚었다.

이청용은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려면 잔디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다. 잔디 상태가 좋아지면 선수들 경기력도 올라간다. 팬들도 재미있는 축구를 보면 분명히 더 즐거워할 것"이라면서 "많은 축구 관계자가 잔디 문제를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 입장에서 좀 더 잔디에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