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보이지 않는 한국 축구…회장도 감독도 끝까지 선수탓
정몽규 "허망하게 무너진 이유는 한팀이 되지 못해서"
클린스만 감독도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 주장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실망스러운 결과의 책임을 회피했다. 경기장 위에서 온 힘을 다해 뛴 선수들에게 실패의 탓을 돌리며 제 살길만 찾았다.
정몽규 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운영을 비롯해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모든 면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의 결정적 원인은 2023 AFC 아시안컵의 실패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준결승까지 진출했지만 6경기에서 단 2승(3무1패)에 그치며 승률은 50%를 밑돌았다. 더불어 6경기에서 11득점 10실점을 하면서 공격과 수비 균형이 모두 무너졌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의 선수단으로 평가받았던 팀이 남긴 처참한 성적표다.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결과로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경질됐고, 무능한 지도자를 데려오는 데 앞장섰던 정몽규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들과 대등하게 싸울 위치까지 올라섰던 한국 축구가 1년 만에 아시아에서도 초라한 신세가 됐다.
더욱 씁쓸한 것은 한국 축구를 대표한 '두 어른'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모두 아시안컵 실패 원인을 선수단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설을 앞장세워 뒤에 숨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단 내 갈등설에 대해 "(아시안컵 기간)선수들은 오랜 기간 소집돼 정신적, 신체적으로 예민한 상황이었다. (선수가 마찰은)팀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여론이 도와줘야 한다. 젊은 선수들을 도와주길 바란다"며 선수들을 생각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발언 막바지에 "아시안컵 중요한 문턱에서 허망하게 무너진 것도 한 팀이 되지 못해서"라며 선수들의 불화가 사실상 아시안컵 실패의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아시안컵 탈락 후 10일 동안 잠적했던 수장이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해서 전한 입장이다.
전날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비대면으로 KFA 전력강화위원회에 참가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내 불화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기술위원들이 지적한 감독의 전술 부재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아시안컵 탈락 직후 웃고, 국내에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감독이 내린 패인이다.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모두 아시안컵에서 600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낸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린 셈이다.
정 회장의 말처럼 축구에서 선수단 내 마찰은 종종 일어난다. 이것이 외부로 새 나간 것은 협회의 미숙한 경영 능력과 감독의 무능한 선수단 관리가 만든 결과다. 이에 큰 책임이 있는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실패 원인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한국 축구에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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