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감독 찾기…회장님의 '촉'이 아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클린스만 1년 만에 경질, 새 지도자 찾아야
투명하고 체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 필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축구협회는 임원회의를 열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현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제 새로운 수장을 찾아야 하는데, 1년 전 실수를 되풀이해서 안 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임원회의를 마친 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27일 한국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던 클린스만은 354일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을 잘못 뽑아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한국 축구는 이번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데, 특히 정몽규 회장이 잘 돌이켜봐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당시 홍명보 전무이사,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 체제로 투명하면서 합리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이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인지도나 성과가 부족했으나 대한축구협회(KFA)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그를 선택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과의 계약 연장에 실패한 한국은 약 4년 6개월 만에 새로운 감독 선임에 나서야 했는데, 이번엔 과정이 달랐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던 인사 검증 시스템은 사라졌고, 최고위층인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강했다.

클린스만 경질을 발표하며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벤투 감독 때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62명부터 23명으로, 이후 5명의 후보를 추려 선임했다"고 해명했으나 정 회장이 앞장서 선임한 것은 축구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선수 클린스만은 더없이 화려한 스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지도자 클린스만은 전술 부재, 선수단과 갈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임을 발표하는 기행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정몽규 회장의 선택은 우려스러웠다.

심지어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명예를 걸었다. 이름을 걸고 하니까 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구체적인 선임 이유조차 밝히지 못했다.

우려대로 클린스만호의 지난 1년은 실망스러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 무능력함을 보이면서 초반 5경기 무승(3무2패)에 그쳤다. 결과와 내용 모두 기대 이하였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해외 출장과 미국 자택 휴가 등 근태 부분에서도 논란을 키웠다. 여론이 악화됐으나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웃어넘기는 등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도 지켜보자는 자세로 아시안컵까지 기다렸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은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6경기에서 11득점 10실점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균형이 무너졌다. 더불어 2승3무1패(승부차기 승리는 무승부로 기록)로 승률이 50%에 미치지도 못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현안을 논의한다.(공동취재)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뒤늦게 대회 기간 중 선수단 내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충격이 더 커졌다. '자율'을 부여한다면서 그저 '방임'한 결과다.

KFA는 다시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는 회장님의 '촉'이 아닌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당연히 정몽규 회장은 한발 물러나 지켜봐야 한다. 1년 전처럼 다시 앞장선다면 제2의 클린스만 감독 사태가 또 일어날 수도 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