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표정의 정몽규 회장, 클린스만 '경질' 하나…긴급 임원회의 시작
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감독 경질 건의
정 회장, 아시안컵 이후 첫 공식석상 등장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어두운 표정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긴급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결정이 임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KFA 임원회의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긴급 임원회의의 주 안건은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다. 전날(15일)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을 논의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뜻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를 마친 뒤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회의 결과를 KFA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10일 막을 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유효 슈팅 1개도 때리지 못하는 굴욕 끝에 0-2로 완패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했던 태극전사였는데 허무한 결과로 실망감을 안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이렇다 할 전술 없이 선수 개인에 의존하는 축구로 비판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민아)해줘 축구'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아시안컵에 앞서 이미 잡음이 많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잇따른 외유 논란과 재택근무, 웨일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아들을 주기 위해 상대 주장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얻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관리 문제도 대두됐다. 대표팀은 요르단과의 4강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주축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심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
총체적 난국인데도 수장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의 전술 부재를 지적하자 인정하지 않고, 선수단 내 불화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핑계 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KFA는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고, 이제 정몽규 회장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시 코칭스태프 포함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때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정 회장이지만 전력강화위에서 사령탑 경질을 건의하면서 결국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임원회의를 거쳐 정몽규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클린스만 감독을 감쌌던 정 회장이지만 팬들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이번 사태가 번지는 등 들끓는 여론 등으로 인해 경질 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몽규 회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한 채 임원회의에 참가했다. 별도의 모두발언 등도 없었다.
한편 이날도 협회 앞에는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온 정몽규 회장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항의 집회가 진행됐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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