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잘못된 만남…경고음 무시한 한국 축구의 지우고 싶은 1년
마땅한 선임배경 없던 '무능' 클린스만, 결국 실패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잘못된 만남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과 한국 축구가 처음 함께하는 날부터 여기저기 삐꺽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27일 클린스만 감독을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다음날인 28일 마이클 뮐러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임 과정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이 자리부터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뮐러 위원장은 61명의 후보군부터 추려 나가 클린스만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임했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했다. 한국 축구의 첫 경기 상대가 누구인지 물어봤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의욕이 컸다'는 게 가장 큰 배경처럼 소개했다.
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맡고 싶은 마음이 크니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중요한 선임 이유로 내세웠으니 애초부터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어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관리자이자,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감독이다. 슈퍼스타를 잘 통솔하고 선수단을 큰 그림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에서 보인 행보는 관리자형 감독과는 거리가 멀다. 자율이라는 허울 아래 선수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하도록 했다. 방관이었다.
심지어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젊은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경기 전날 다툼을 벌이는 심각한 불협화음이 발생했는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
심지어 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둘의 다툼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당시 뮐러 위원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으로 소개한 것들도 모두 지금 곱씹으면 허상과 허위가 많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지도자다. 강한 캐릭터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면도 있다"며 한국 축구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TSG 위원으로 오래 활동한 만큼 전술가로서의 면모도 충분하게 갖췄다"고 덧붙였다.
선임 전부터 '재택 근무'와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널리 알려진 지도자라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되면 한국에 머무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당시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 사실과 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도대체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전술 부재로 행하는 이들과 보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고, 아시안컵에서 한 수 아래라 평가되는 팀들을 상대로도 졸전을 펼쳤다.
우려됐던 '재택 근무'도 변한 게 없었다. 부임 기간 내내 끝없이 논란이 됐고 아시안컵서 부진한 성적으로 돌아온 뒤에도 야반도주하듯 미국으로 떠나기 바빴다.
어쩌면 시작부터 모든 게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경고음'이 들렸는데 "그래도 슈퍼스타니까"라면서 안일했을 뿐이다.
화려했던 현역 시절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클린스만은 1년 만에 나쁜 이미지를 더하게 됐다. 그래도 클린스만은 두둑한 돈을 챙겨 다시 '셀럽'으로 생활하면 된다. 벤투 감독과 함께 했던 공든 탑이 1년 만에 무너진 한국 축구의 피해와 비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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