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정몽규 회장에게 넘어갔다…축구인도 팬들도 원하는 클린스만 경질

전력강화위원회 "감독 교체 필요…KFA에 전달하겠다"
클린스만은 "선수단 불화가 준결승전 패배 원인" 변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안영준 기자 = 대세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한다는 목소리다. 팬들 뿐만 아니라 축구인들도 뜻을 모았다. 이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결단만 남았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장은 15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전력강화위원회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대해 의논했고, 더 이상 대표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위원회 논의 내용과 결론을 협회에 보고하겠다. 정몽규 회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준결승전에서 만난 요르단전은 대회 중 2번째 만난 상대임에도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다. 또한 다양한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팀 내부 갈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팀의 규율을 세우지 못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국내 체류 기간이 부족한 부분도 언급됐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운명은 정몽규 회장에게 넘어갔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상 정 회장은 KFA가 만든 시스템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그리고 전력강화위원 7명이 참석해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대회 준비 과정 등을 되짚어본다. (공동취재) 2024.2.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지난 2018년 체계적이고 투명한 시스템 아래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KFA는 흔들리지 않은 방향성으로 지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벤투 감독과의 작별한 뒤 새로운 수장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앞선 시스템은 무너졌다.

정몽규 회장은 가까운 3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적 없고, 지도자로서는 성과 없이 각종 논란만 일으킨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오는 데 앞장섰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도 자기 명예를 걸었다. 잘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는 기준 없는 발언으로 선임 이유를 대신했다. 이후로는 잡음의 연속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대표팀은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에 그쳤다.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해외 출장과 장기 휴가, K리그 등한시 등 근태까지 논란이 되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도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토너먼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은 구단과 직접 연락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변호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2.1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하지만 고대하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준결승에서 멈췄다. 준결승전까지 6경기 내내 경기력은 처참했고, 결과도 2승3무1패(승부차기는 무승부 기록)로 승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 대회 종료 후에는 대표팀 내 선수단 균열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밝혀졌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충돌했다는 이야기까지 퍼지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기 전날부터 축구회관 앞에서는 축구 팬들이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의 공동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비대면으로 참가한 클린스만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전력강화위원들이 지적한 전술 부재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옳지 못한 수장의 모습이다.

모두의 뜻은 경질이다. 공은 정몽규 회장에게 넘어왔다.

정몽규 회장은 1년 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감독 교체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1년 전처럼 또 독단적으로 움직인다면 정몽규 회장은 물론 한국 축구에도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dyk0609@news1.kr